‘핼러윈 축제 금지!’ 현수막 15시간 만에 철거한 마포구
“다중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할로윈 데이 축제는 금지합니다!”
서울 마포구가 핼러윈을 앞두고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15시간 만에 철거했다. 올해 핼러윈에는 이태원 대신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으로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인파 관리 대책을 내놓아야지 축제를 금지하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부랴부랴 거둬들인 것이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마포구는 지난 20일 오전 7시 게시한 현수막을 같은 날 오후 10시쯤 철거했다. 현수막 게시를 담당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참사가 워낙 컸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는 것이 어떨까 해서 (문구를) 선정했다”며 “조심하자는 취지였지만 ‘문구가 너무 세다’는 비판이 있어 철거했다”고 했다. 마포구는 현수막 게시 후 ‘축제 금지’ 문구에 대한 비판을 인지하고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지난 18일 현수막 문구를 확정하고 이틀 뒤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등 홍대 거리 일대에 12개 현수막을 설치했으나 현재는 모두 폐기된 상태다. 현수막이 걸렸던 장소는 마포구가 지난 5월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며 ‘레드로드’로 지정해 미끄럼방지 페인트를 칠했던 곳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문구의 적절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이미 인파 밀집에 대비해 폐쇄회로(CC)TV나 사이렌 등을 설치했는데 추가로 ‘축제 금지’ 현수막을 게시한 건 과하다는 것이다. 홍대 부근에서 관광안내인으로 일하는 임연진씨(31)는 “이 거리는 이미 레드로드로 지정됐고 CCTV도 설치돼있다”고 했다.
홍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사고가 걱정되면 ‘보행 간격을 유지해달라’ 같은 지침을 쓰면 되지, 축제 금지는 말이 안 된다”면서 “상인 입장에서 축제 금지가 손님을 줄일까 걱정된다”고 했다. 김현하씨(22)는 “오히려 ‘모이는 것도 못 하게 한다’는 반발심이 들 것”이라며 “축제 금지가 아니라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구청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행정기관에서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를 금지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적극적 행정으로 시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좋은 축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청의 역할”이라고 했다.
박순철 생명안전 시민넷 활동가는 “시민들을 아예 모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전 예방 대책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기본권”이라며 “안전을 다룰 때도 시민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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