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학교 출신은 좀 …" 로스쿨 입시로 번진 연고전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10.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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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로스쿨 합격생 분석
연세대 124명중 절반이 동문
고려대 출신은 고작 8% 선발
고대도 연대생 6%만 뽑아
서울대 출신은 10명중 3명
성적외 서류평가 비율 높아
"전형 공정한지 살펴봐야"

연세대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경쟁 학교 차별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연세대·고려대 로스쿨 모두 모교 출신 학생은 절반 가까이 뽑으면서 상대 학교 출신 학생의 선발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법 전문가를 양성하는 로스쿨에서조차 선발 시험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며 학생들의 '대학 간판 선호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본지가 종로학원과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로스쿨의 합격자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 올해 연세대 로스쿨 합격생의 45.2%가 연세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124명 중 절반에 가까운 56명을 동문으로 채운 것이다. 반면 경쟁 학교인 고려대 출신 학생 수는 10명(8.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5년 전에 비하면 고려대 출신 학생 합격 비율이 5배 가까이 늘었다. 2019년 연세대 로스쿨의 고려대 출신 합격생은 단 두 명으로 전체 합격생의 1.5%였다.

고려대 로스쿨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합격생의 절반가량인 47.2%를 동문으로 채운 반면, 연세대 출신 합격생은 정원 123명 중 8명(6.5%)에 그쳤다. 그나마 2019년보다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2019년에는 연대 출신 합격생이 단 2명(1.6%)뿐이었다.

기간을 5년으로 늘려봐도 상대 학교 출신 차별은 여전했다. 2019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최근 5년간 연세대와 고려대 로스쿨 합격자 출신 대학 평균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연세대 로스쿨 합격자의 46.5%가 연세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출신은 7.4%에 그쳤다. 고려대 로스쿨의 경우 합격자의 49%가 동문 출신이었고, 연세대 출신 합격자는 4.1%로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로스쿨 모두 상대 학교 출신은 배척한 반면, 서울대 출신은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연세대와 고려대 로스쿨의 서울대 출신 합격 평균 비율은 각각 31.2%, 27.9%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서울대 출신인 것이다.

연세대 로스쿨과 고려대 로스쿨은 정원의 절반 가까이를 모교 출신으로 채운 반면, 서울대 로스쿨 합격생 중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 학생들은 10%대 초반으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서울대 로스쿨에 합격한 연세대 출신 학생은 정원의 14.0%, 고려대 출신 학생은 정원의 11.8%로 비슷했다. 다만 서울대 역시 동문 선발 비율이 65.7%로 모교 출신을 선호한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들의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과 관계없이 정성평가를 통해 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뒤바꿀 수 있는 선발 구조가 문제"라면서 "과거에는 사법시험을 통해 소위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가능해 공정한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렇게 특정 대학 출신의 합격생이 많으면 선발 전형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로스쿨 합격의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대학 입시만큼 공정한 잣대로 평가해야 하는 로스쿨 선발에서 이런 편향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법 전문가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나아가 로스쿨이 공정한 제도인지 원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려대 로스쿨의 경우 서류 전형에서 LEET 성적을 40%로 가장 높게 반영하지만 학부 성적과 자기소개서 반영 비율이 각각 30%에 달한다. 연세대 로스쿨은 LEET 성적이 150점, 학부 성적이 150점, 서류 평가가 100점이다. LEET 성적이 같다면 정성평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에 따르면 해당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 외의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이 입학자의 3분의 1 이상이기만 하면 돼 모교 출신으로 정원의 절반을 채워도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

이에 대해 연세대 관계자는 "모집 요강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면서 "연세대 출신 지원자가 더 많아 통계적으로 더 많이 뽑힐 수는 있겠지만 본교 출신을 우대한다든지 그런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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