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스코 노조, 파업 대신 상생 택해야
우리나라에서 포스코만큼 '국민기업'이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포스코는 1960년대 말 갯벌과 황무지였던 영일만에서 기적을 일궈내며 우리나라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견인한 기간산업의 대표 기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국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노사 간의 상생과 협력이다. 포스코는 지난 55년간 단 한 차례도 파업을 겪지 않고 노사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의 노사관계 불안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포스코가 여러 가지 악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노조가 상생을 통한 위기 돌파가 아닌 파업을 선택한다면 매우 유감이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약 2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철강 수요 감소, 국내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철강 생산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탄소 저감을 위한 연구개발(R&D)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러한 위기를 외면한 채 무리한 요구만을 고집하고 있다. 노조는 월 기본급을 40만원 가까이 인상하고 조합원 1인당 50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이어온 교섭에서 제대로 된 수정안도 없이 처음 제시했던 높은 수준의 요구만을 고집하고 있어 노사 간 교섭은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회사가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1인당 약 9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가동하는 일관제철소 특성상 파업으로 인해 일부라도 조업이 중단되면 생산 차질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지난 수십 년간 일관제철소 파업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철강산업은 수많은 산업과 전후방으로 연결돼 있어 포스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생산량의 약 50%를 수출하는 포스코가 파업으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지난 55년 동안 쌓아온 국제적인 신뢰와 경쟁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포스코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 WSD의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평가에서 1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과 변화의 시대다. 한 번의 균열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영국 철강 기업인 브리티시스틸이 단돈 1파운드에 매각되거나, 세계 최고 조선소라 불리던 스웨덴 코쿰스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1달러에 매각된 '말뫼의 눈물'은 결코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국민기업' 포스코 앞에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놓여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금이라도 투쟁의 머리끈을 풀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상생과 협력을 통한 성장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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