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국민주' 카카오의 씁쓸한 추락
지난 23일 금융감독원 정문에 이례적으로 포토라인이 설치됐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경영진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이다.
아직 조사 단계지만 시세조종이라는 중대한 범죄 혐의로 인해 카카오의 평판은 크게 실추됐다. 투자자 신뢰를 잃은 만큼 카카오 주가도 휘청거리고 있다. 이날 카카오는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6조원 넘게 줄어 시총 순위는 18위로 7계단 추락했다.
문제는 카카오 경영진 리스크가 불거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매번 카카오 주가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3월 취임했던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스톡옵션 행사가를 15만원 이상으로 설정하겠다고 약속했다.그렇지만, 실제로는 6개월 만에 퇴임하고 1만7000원대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원의 차익을 봤다. 남궁 전 대표 재임 기간에 주가는 40%가량 하락했다.
앞서 2021년 말에는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469억원의 이익을 챙긴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김기홍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법인카드로 1억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3개월 정직 처분을 받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영진 리스크는 투자심리에 치명적이다. 온 국민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해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에는 특히 그렇다. 연일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하던 개인들도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총 24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최근 2년 동안 75%가량 하락한 카카오 주가는 시세조종 의혹까지 겹친 탓에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엔 카카오가 금융업에서 손을 떼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플랫폼 공룡 카카오가 끊이지 않는 경영진 리스크로 무너지는 모습은 어딘가 씁쓸하다.
[명지예 증권부 brigh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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