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멕시코 태양 가르는 비…태양의 서커스의 새 도전 '루치아' [종합]
태양의 서커스가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멕시코의 광활한 대자연을 표현한 무대, 작열하는 태양을 가르는 물의 신비로움 속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의 '몸의 언어'를 펼쳐낸다.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시연 후 간담회에는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부회장과 김용관 마스트인터내셔널 대표, 그레이스 발데즈 예술 감독, 엔야 화이트 트라페즈 아티스트, 크리스토프 홀로웬코 아다지오 아티스트, 제롬 소르디용 에어리얼 스트랩 아티스트 등이 참석했다.
'루치아'는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의 38번째 오리지널 작품으로, '빛'은 영혼을 적시고 '비'는 영혼을 잠재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멕시코의 문화·자연·신화를 놀라운 비주얼과 매혹적인 곡예 퍼포먼스로 선보이며 강렬함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2016년 4월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루치아'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에 이어 내년에는 부산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부회장은 "'루치아'가 한국에 오게 됐다. 항상 서울에서만 빅탑을 세워서 공연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부산도 간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90개국 1450개 도시를 돌며 3억6500만명의 관객과 만난 독보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공연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다채롭고 화려한 아크로바틱은 물론 수준 높은 음악과 탄탄한 스토리까지 더해 종합 예술로서 서커스의 매력을 전 세계인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2007년 이후 줄곧 한국에서 태양의 서커스를 선보이고 있는 김용관 마스트인터내셔널 대표는 "내겐 7번째 빅탑"이라며 "첫 공연을 시작할 때 2년 간격으로 10번, 총 20년 동안 이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7번째가 됐다. 8번째·9번째는 물론 10번째도 협의 중이라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루치아'의 배경은 멕시코다. 공연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멕시코 대자연의 한 가운데에 놓여져 있는 기분을 받을 수 있다. 웅장하고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그레이스 발데즈 예술감독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상상 속의 멕시코"라면서 "뜨거운 태양과 사막, 그 위를 날아다니며 노래하는 새들, 사막에 있는 선인장 등 전통적이고 뜨거운 멕시코로 시작해 상상 속의 멕시코까지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빅탑 투어 공연 최초로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에 '물'을 접목한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레이스 발데즈는 예술감독은 "기술적인 면에서 까다롭기 때문에 물을 섣불리 사용할 수 없었다"면서 "안전을 고려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 욕심을 내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걸 선보일 수 있게 돼 그 시간이 가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루치아'라는 의미 자체가 '빛'과 '비'다. 멕시코의 성스러운 생각과 이념들 안에서 그들이 후세를 생각하면서 섬기는 요소 중 아름다운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던 게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우리만의 창의적인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특별한 걸 하자고 생각했는데 비와 물이 떠오르더라"고 덧붙였다.
제롬 소르디용 에어리얼 스트랩 아티스트는 "다년간 태양의 서커스를 하면서 물 빼고는 위험한 걸 다 해봤던 것 같다. 이렇게 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줄 몰랐다"면서 "처음에 물을 접했을 땐 위험하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안전한 훈련과 장치를 통해 재밌게 공연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루치아'는 무려 10년에 걸쳐 이야기가 완성됐다. 투어를 위해 투입되는 인원은 배우 50명을 포함해 총 130명으로 놀라운 스케일을 자랑한다. '물'을 쓴다는 특징이 있어 매 회차 100L의 물탱크도 동원된다.
다니엘 라마르 부회장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아직은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긴장한 상태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늘 도전하는 정신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니엘 라마르 회장은 "한국에 올 때마다 관객들의 반응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프 홀로웬코 아다지오 아티스트는 "다양한 음악과 노래, 아름다운 색채 등이 한 패키지로 어우러졌기 때문에 많은 분이 감동하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용관 대표는 "이번 공연의 사전 티켓 판매가 지금까지 7번의 공연 중 제일 좋았다. (매출이) 150억원을 넘어섰는데, 내일 프리미어까지 하면 10만장을 돌파할 것 같다"며 "오랫동안 브랜드를 공고하게 쌓아온 게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첫 부산 진출과 관련해서는 "태양의 서커스는 80개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가 들어와야 하고, 150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단기 공연이 아닌 장기 공연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도시의 인구도 있어야 하고, 경제력도 있어야 하고, 문화 수준도 있어야 한다. 부산은 충분히 그만한 도시가 되었다고 생각해 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구도 검토하고 있는데 이 텐트를 세울 5000평 이상의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공연을 기대하기도 했다. 다니엘 라마르 부회장은 "한국의 문화를 담은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면서 "한국의 문화가 각국에서 사랑받고 있고 또 방문할 때마다 깊은 문화를 가진 곳이란 생각을 한다. 언젠가 그 꿈을 이룰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용관 대표 역시 "멕시코관광공사가 태양의 서커스 측에 멕시코를 배경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서 '루치아'가 만들어졌다.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고 한다"면서 "언젠가 한국 배경도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는 오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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