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주민부담 줄여달라는 서울시장의 읍소, 野 외면 말라 [사설]

2023. 10.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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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비용이 급증한 데다 원부자재 가격까지 뛰면서 건설업체들이 선뜻 신규 주택사업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주택 인허가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착공은 56% 각각 줄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3년 후 공급 대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과 같이 신규 택지가 부족한 지역은 재건축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23일 국회에 출석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많이 도와달라"며 이례적으로 읍소까지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엔 부담금이 면제되는 금액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려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재건축 완화가 시장에 가격 상승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심사 소위에서 1년 이상 여야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초환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도입됐고 주택시장 침체를 이유로 2013~2017년 유예됐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1월부터 다시 시행되고 있다. 도입 당시부터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을 잡겠다며 졸속으로 입안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후에도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형평성, 주택시세 변동성을 간과한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현재 재건축 조합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주비 대출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부담금까지 낼 여력이 없다며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40개 재건축 단지에 통보된 부담금 예정액은 올해 8월 말 기준 2조5800억원이며 이는 1년 만에 1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회는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못 내고 주택공급 대란 우려가 커지는 작금의 시장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개정안 논의에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 정쟁의 와중에서 정책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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