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 이름 뗄까…'법인 처벌' 경고한 금감원(종합)
공정위 "카카오의 SM 인수 심사, 수사와 무관하게 진행"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민선희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 6년 만에 또다시 '김범수 리스크'에 직면했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법인 처벌'을 언급하며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최근 문제 된 건에 있어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라든가 그런 것들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이 법인을 언급한 것은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서 카카오의 적격성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1억2천953만3천725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번 시세조종 혐의로 법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된다.
통상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결정되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 자격이 유지된다.
만약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돼 6개월 안에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 외에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로는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5.30%), KB국민은행(4.88%), 서울보증보험(3.20%) 등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9년에도 김 전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대주주 리스크를 겪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카카오 대주주인 김 전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법제처는 "(김 전 의장이) 카카오 최대주주지만 카카오뱅크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만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은 전날 김 전 의장을 소환, 16시간가량 마라톤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에는 이복현 원장이 직접 카카오를 직격했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범죄이기 때문에 취득한 경제적 이득이 박탈될 수 있게 그걸 가장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과징금이라든가 벌금 등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그런 불법 거래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기업적 내지는 경제적 구조가 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라든가 국민들이 기대하는 감정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뱅크가 추진하는 신사업에 차질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라는 은행업 영위를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더라도 재판 절차 등을 고려하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에서 물러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당사자들은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뱅크는 이 원장의 강경 발언 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별다른 대응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불법거래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이 금감원장의 발언이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자체를 무효화해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경우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형사처벌 등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시세조종을 통해 인수한 지분의 처분 등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과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한 기업 결합(M&A)을 심사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음원 유통사 멜론과 음원을 만드는 SM엔터의 결합으로 K팝 시장 내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지 등이 주된 심사 대상이다.
기업 결합 심사는 주식 취득 이후 기업 결합에 따른 독과점 여부를 사후적으로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수사와 무관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거래법에는 카카오뱅크 사례와 같은 대주주 적격성 관련 조항도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와 SM의 기업 결합 심사는 이번 수사와 무관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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