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이어 민주노총도 ‘울며 겨자먹기’로 회계공시 결정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도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양대노총은 그간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시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상급단체가 공시를 하지 않으면 산하조직 조합원들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돼 ‘울며 겨자 먹기’로 공시를 결정했다. 노동계에선 정부가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인권과는 무관한 회계공시 문제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24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 뒤 입장문을 내고 “회계 투명성을 빌미로 한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 혐오 조장을 저지하기 위해 회계공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노조가 정부의 회계 공시시스템에 결산결과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조합비의 15%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분 조합비부터는 노조(산하조직)와 그 상급단체가 모두 결산결과를 공시해야 조합원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민주노총이 태도를 바꿔 회계공시를 결정한 것은 상급단체인 총연맹이 공시 거부를 고수하면 산하조직 조합원에게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하조직 조합원들 사이에서 세액공제 혜택 배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민주노총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 확대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한국노총이나 상급단체가 없는 기업별 노조는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민주노총은 그렇지 못하면 조합원 이탈 등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며 세액공제와 무관한 운영자료 등 노조 활동에 대한 개입과 간섭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회계공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령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해 헌법소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법치를 기반으로 노사관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양대 총연합단체의 참여를 통해 노조의 투명한 회계공시가 확산되면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노동부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등 취약계층의 노동인권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회계공시처럼 입맛에 맞는 이슈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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