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추신수 FA 영입하고도 못 풀었는데…텍사스 첫 우승의 한, 드디어 기회 왔다
[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팀은 모두 6개. 1961년 창단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팀이다. 창단 첫 우승이 어느 팀보다 목마른 텍사스가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텍사스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4선승제) 최종 7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11-4로 제압했다.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냈다.
2⅔이닝 2실점으로 막던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를 44구 만에 빠르게 교체하며 5차전 선발 조던 몽고메리를 불펜으로 깜짝 투입한 브루스 보치 감독의 초강수가 통했다. 몽고메리가 2⅓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거둔 가운데 타선이 홈런 4방 포함 장단 14안타를 폭발하며 휴스턴을 무너뜨렸다.
4차전부터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타이 4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린 텍사스 외야수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이날도 3회, 8회 솔로포 두 방으로 멀티 홈런을 가동하며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번 ALCS 7경기 타율 3할5푼7리(28타수 10안타) 5홈런 15타점 OPS 1.293으로 활약하며 MVP에 올랐다.
1961년 창단한 텍사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밀워키 브루어스(이상 1969년), 시애틀 매리너스(1977년), 콜로라도 로키스(1993년), 탬파베이 레이스(1998년)와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6개팀 중 하나로 가장 오래됐다.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001년에는 한국인 투수 박찬호를 5년 6500만 달러에 FA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박찬호가 허리와 햄스트링 부상으로 계약 기간 내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트레이드됐고, 텍사스는 2000년부터 10년 연속 가을야구도 나가지 못했다. 이 기간 4번이나 AL 서부지구 꼴찌를 했다.
2010~2011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10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승4패로 졌고, 2011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3승4패로 무릎 꿇었다. 특히 2011년 3승2패로 앞선 6차전에서 9~10회 두 번이나 2사 후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고, 7차전 패배로 다 잡은 우승을 아깝게 놓쳤다.
2014년에는 한국인 외야수 추신수를 7년 1억3000만 달러에 영입하며 다시 우승 도전에 나섰다. 2015~2016년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나 디비전시리즈에서 2년 연속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패했다. 2015년 최종 5차전까지 가서 2승3패로 졌고, 2016년에는 3연패 스윕을 당했다. 추신수가 2020년까지 7년을 뛰었지만 더 이상의 가을야구 없이 팀을 떠나야 했다. 추신수가 떠난 뒤 2021~2022년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거듭했다.
그래도 텍사스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코리 시거(10년 3억2500만 달러), 2루수 마커스 시미언(7년 1억7500만 달러)을 영입한 데 이어 올해는 투수 제이콥 디그롬(5년 1억8500만 달러), 네이선 이볼디(2년 3400만 달러), 앤드류 히니(2년 2500만 달러)를 영입했다. 무엇보다 2010·2012·2014년 샌프란시스코를 3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뒤 2019년을 끝으로 은퇴한 ‘명장’ 보치 감독까지 선임하며 우승을 향한 열망을 보였다.
디그롬이 토미 존 수술로 6경기 만에 시즌이 끝났지만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투수 슈어저, 몽고메리를 영입하며 우승을 위한 승부수를 계속해서 던졌다. 리빌딩 과정에서 기회를 받은 포수 조나 하임, 1루수 나다니엘 로우, 3루수 조쉬 영, 중견수 레오디 타베라스, 좌익수 에반 카터 등 젊은 야수들까지 성장을 거듭하면서 텍사스는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했다.
휴스턴에 상대 전적에 밀려 같은 승수에도 지구 우승을 내줬지만 텍사스는 좌절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2연승으로, 디비전시리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3연승으로 스윕한 데 이어 ALCS에서 '지역 라이벌' 휴스턴을 4승3패로 꺾고 1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보치 감독은 AL 우승 트로피를 들고 “우리는 올 한 해 연패도 있고, 부상도 있었지만 계속 일어섰다. 여기서 이렇게 휴스턴 같은 강팀을 이겼다.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며 기뻐했다.
홈 어드밴티지를 확보하면서 28일 홈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암몬드백스의 NLCS 7차전 승자와 맞붙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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