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신혼집 샀더니, HUG "'먹튀' 집주인 대신 보증금 갚아라"

정지윤 기자 2023. 10. 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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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계적인 구상권 청구 탓에 자신이 받지도 않은 전세 보증금을 이삿날 잠적한 원래 집주인을 대신해 물어줘야 한다며 결혼 4개월 차 새신랑이 HUG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B 씨는 HUG 보증보험을 든 상태였고, HUG는 전세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HUG가 임 씨에게 전세보증금 2억3000만 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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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 임씨, 신혼집 2억5000만원 사는 과정서
기존 집주인 잔금받고 잠적, 세입자 돈 못받아
HUG 임차인에 보증금 주고 임씨에게 구상권
임씨 "행정편의적 구상권 청구 안돼" 1인시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계적인 구상권 청구 탓에 자신이 받지도 않은 전세 보증금을 이삿날 잠적한 원래 집주인을 대신해 물어줘야 한다며 결혼 4개월 차 새신랑이 HUG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24일 오전 부산 남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앞에서 임선우 씨가 구상권 청구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임선우(39·서울 거주) 씨는 24일 오전 부산 남구 HUG 앞에서 HUG의 무리한 구상권 청구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결혼 4개월 차인 임 씨는 지난 8월 31일 서울의 한 신혼집 빌라를 2억5000만 원에 사는 과정에서 기존 집주인 A(20대) 씨에게서 ‘전세금 먹튀’ 사기 피해를 봤다. 임 씨는 이날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을 치르고 신혼집으로 이사하고, A 씨는 기존 임차인 B 씨에게 전세 보증금 2억3000만 원을 돌려주고 내보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잔금을 받은 A 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돌연 잠적했다. B 씨는 HUG 보증보험을 든 상태였고, HUG는 전세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HUG가 임 씨에게 전세보증금 2억3000만 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다는 점이다. HUG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 씨가 빌라를 매입해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구상권 청구의 대상이 임 씨라는 입장이다. 즉, 이삿날 도망간 A 씨를 대신해 현재 집주인 임 씨가 받지도 않은 전세 보증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씨는 경찰에 A 씨를 신고해 현재 인천 삼산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A 씨는 개인 사업을 운영하며 빚을 갚지 못해 전세 보증금으로 돌려막을 요량으로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전세보증금 때문에 수억 원대 빚더미에 오를 수는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임 씨 부부는 원룸에서 월세로 지내고 있고 B 씨가 빌라에 살고 있다. 임 씨 부부는 디딤돌 신혼부부 대출을 80% 받아 빌라를 매입했다.

임 씨는 “A 씨의 불법 행위 때문에 부당하게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았다. HUG의 행정편의적 구상권 청구가 계속되면 이는 새로운 전세 사기 수법이 성행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돕는 꼴이다”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HUG는 진짜 채무자를 가려내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정감사에서 HUG가 보증보험 발행 업무를 허술하게 관리해 임차인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사하갑) 의원실에 따르면 HUG는 지난 8월 감모 씨 소유의 수영구 오피스텔 등 9채에 발급된 임대보증 보험의 83%인 126억여 원(8채·99세대)을 일괄 취소했다. 감 씨가 허위로 임대보증보험을 신청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이로 인해 세입자들은 HUG의 보증보험을 믿고 전세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최 의원은 “건물 8채의 부채비율은 평균 98.9%이고 부채비율이 100%에 가까운 건물이 많았음에도 HUG가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보증서를 발급한 것은 잘못이다”며 “HUG 보증을 믿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피해자가 많았던 만큼 HUG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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