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입당’ 재는 한동훈, ‘탈당’ 재는 이준석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서울의 민심이 확인된 후 여권의 핵심 인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의 향배가 엇갈리고 있다. 한 장관을 총선의 구원투수로 불러내는 당심이 강해지고, 여권 핵심부에서도 한 장관 출마 불가피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총선 전 100일이라는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 변화를 호소하면서 그것이 안되면 오는 12월 탈당 후 대구 지역 무소속 출마나 신당 창당으로 가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그간 한 장관 수혈론이 계속 제기되면서도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놔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그러한 기류가 바뀐 계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보궐선거 대패였다. 이후 ‘김기현 2기 체제’와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했지만,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퍼졌다.
지난 20일 TV조선은 한 장관의 내각 잔류를 선호하던 윤 대통령이 보궐선거 패배 후 기류가 바뀌었고, 한 장관도 총선 출마에 선을 그어오다 이 대표 영장 기각 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권 핵심부가 한 장관의 서울 종로구 출마를 검토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한 장관 탄핵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장관이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국회에서 탄핵이 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총선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한 장관 출마 지역을 두고 갑론을박이 나온다. 조해진 의원은 지난 23일 YTN 라디오에서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에서 의석을 회복할 수 있고, 서울과 수도권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한 장관이 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해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현역 최재형 의원이 있는 종로 말고 더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장예찬 최고위원은 2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처럼 대중적 소구력이 있는 분이 흔치 않다. 유튜브 조회수 100만, 200만 넘어가는 관심을 받는데, 다양한 말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면서 “우리 당 보물들에게 험지 프레임을 강요하기보다 영남 중진들이 솔선수범하라”고 맞섰다.
이 전 대표는 보궐선거 패배 후 총선 100일 전인 12월 말까지 당이 변하지 않으면 탈당을 결행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정권심판 여론을 뒤집지 못하면 서울에 공천을 받아도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직 대표로서 우선 당의 변화를 진정성 있게 촉구하되 탈당 후 대구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는 모습이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연이은 행보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 후 17개월의 오류를 인정해달라”고 윤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하고, 해병대 채모 상병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쏟았다. 지난 18일엔 대구를 찾아 대구 지역구 의원들을 ‘할 말 못하는 비만 고양이’에 비유하며 “호랑이 새끼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들이 ‘배신의 정치’ 저주를 풀어달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자주 만나며 우호적인 관계도 쌓고 있다. ‘호랑이 새끼’로 대구에 무소속 출마하거나 신당을 만들어 대구에서 지지를 받는 것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됐다.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근 지역구에서 홍범도 장군을 ‘빨갱이’ ‘쭉정이’로 표현한 사진을 공유하며 “(서울) 노원병(이 전 대표 지역구) 바로 밑 노원을에서 이러고 있는데 내 손발 묶어놓고 어쩌란 말이냐”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내달 3일 자신과 비슷하게 당이 변하지 않을 경우 탈당 가능성을 열어놓은 이언주 전 의원이 부산에서 여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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