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클래식 심장부서 한국가곡 들려줄래요"
전남 곡성서 고2때 재능 발견
독일 하노버 음대 유학 거쳐
한국인 최초 BBC 콩쿠르 우승
'경이로운 벨벳 바리톤' 극찬
예술의전당서 국내 프리뷰무대
"한 서린 한국의 색깔 보여줄것"
바리톤 김기훈(32)의 '웃는 상'은 공연장에 흐르는 긴장감을 저절로 풀어지게 만든다. 곧이어 그가 음악에 빠져들어 절절한 감성을 읊조리면 관객도 덩달아 울 것 같은 표정이 된다. 영국 매체 가디언이 '눈물과 경외심을 일으키는 벨벳 바리톤'이라 극찬한 건 목소리뿐 아니라 보고 듣는 이를 사로잡는 그의 매력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2021년 영국 방송 BBC가 주최한 콩쿠르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아리아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스타덤에 오른 성악가 김기훈이 다음달 26일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독창회를 연다. 1901년 개관한 유서 깊은 콘서트홀로, 세계적 음악가로의 관문이자 클래식계 심장부라 할 만한 무대다. 국내 팬들을 위해 같은 구성의 '미리 보기' 무대를 같은 달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선보인다.
이를 기념해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만난 김기훈은 "전 세계적으로 웃으며 노래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외국 분들도 제 웃는 모습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씀해주시더라"며 또 활짝 웃었다. 국내외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원래도 잘 웃는 편이지만, 전 노래 부르고 연기할 때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소리 내는 것, 멋져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면 표정과 동작이 어색해지죠. 음악과 가사에 표정도 저절로 따라가는 것 같아요. 노래를 부를 땐 자유로워야 합니다."
김기훈은 이번 무대에 대해 "영국 데뷔일 뿐 아니라 외국에서의 첫 리사이틀"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카디프 콩쿠르를 계기로 위그모어홀 관장이 직접 초청한 무대다. 1부에선 한국 가곡 '연' '묵향' '못 잊어' 등을, 2부에선 동경해온 러시아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의 레퍼토리를 따라 라흐마니노프 가곡을 부른다.
영국 한복판에서 부를 곡으로 한국 가곡을 고른 건 순전히 우리 것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카디프 콩쿠르 예선 때도 한국 가곡을 부른 뒤 현지 심사위원이나 관객들이 '한국에 이런 좋은 곡들이 있었느냐'며 관심을 보였어요. 우리 가곡은 민요 같기도 하고 한이 서려 있죠. 한국만의 색깔을 외국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연이은 콩쿠르 입상과 세계 무대에서의 활약을 보면 잘 길러진 성악가 같지만, 김기훈은 전남 곡성에서 자라 고2 무렵 뒤늦게 음악 재능을 발견했다. 그가 자라온 환경에서 음악 교육 기반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어릴 때 TV에서 본 성악가를 보고 성대모사를 하면서 개인기 삼아 사람들을 웃기곤 했는데, 그게 업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교회 세미나에서 한 강사의 도움으로 기회를 얻게 된 그는 이후 연세대 음대 수석 졸업,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최고연주자 과정 등을 거쳤다.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남자 성악 부문 2위, 오페랄리아 콩쿠르 2위·청중상 등을 거머쥐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팔색조'다. 최근 미국 댈러스 오페라의 '토스카'에서 악역 스카르피아를 맡아 연기의 지평을 넓혔다. 오페라 가수로서 꼭 맡아보고 싶었던 역할이기도 했단다. 소화할 수 있겠냐는 의심 어린 시선엔 "웃는 사람이 사이코를 연기하면 더 무서운 법"이라고 응수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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