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L씨 마약'에 쏟아진 '이선균 근황' '무속인 사주' 보도

김도연 기자 2023. 10. 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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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48)의 마약 투약 혐의는 지난 19일 언론에 알려졌다.

엔터타임즈라는 곳은 19일 오후 기사에 흐림처리한 이선균 사진을 삽입해 '톱스타 L씨'가 누군지 추측케 했다.

'L씨가 이선균 아니냐'는 추측이 SNS에 떠돌았고 커뮤니티에 '이선균 마약'을 언급한 무속인 영상이 화제가 되자 매체들이 받아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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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실명 나오기까지 '이선균' 키워드 노린 보도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배우 이선균(48)의 마약 투약 혐의는 지난 19일 언론에 알려졌다. 경기신문은 이날 오후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단독 기사를 냈다.

인천경찰청이 강남 유흥업소 수사 중에 톱스타 L씨의 마약 관련 혐의 정보를 확보했다는 내용으로 이씨 실명을 공개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매체는 익명의 L씨에 대해 “2001년 MBC 시트콤으로 데뷔한 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 19일자 경기신문 단독 보도.

보도 전후로 경찰 기자들 사이에 '이선균' 실명이 입말로 돌았기 때문에 실명 공개는 시간문제였다. 보도 이후 SNS와 온라인에서도 L씨를 이선균으로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실명 보도는 당사자나 소속사, 경찰 등 공신력 있는 취재원이 실제 확인을 해줘야 가능한 것. 이선균 소속사가 20일 오후 공식 입장을 내기 전까지 일부 언론은 '이선균' 키워드를 겨냥한 듯한 보도를 쏟아냈다.

먼저 '이선균 근황' 보도다. 실명 보도 전인 19일 밤 온라인 매체 국제뉴스는 “배우 이선균의 근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선균 나이와 프로필을 돌연 재조명했고, 20일 새벽에는 “배우 이선균과 와이프 전혜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배우 이선균·전혜진 부부의 프로필을 보도했다.

위키트리는 20일 오전 <“정말 깜짝 놀랐다”…팬들에게 전해진 이선균 소식>이라는 기사를 냈다. 이선균 팬클럽 사이트에 이선균 사진이 게시됐다는 내용뿐이다. 엔터타임즈라는 곳은 19일 오후 기사에 흐림처리한 이선균 사진을 삽입해 '톱스타 L씨'가 누군지 추측케 했다.

▲ 국제뉴스가 지난 19일, 20일 이선균에 관해 보도한 목록. 국제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선균 마약'을 언급한 무속인 영상도 기사가 됐다. 인사이트는 20일 오전 <3년 전 어느 무속인이 “이선균, 수갑찬 게 보여”라고 사주풀이한 영상, 난리 났다>며 온라인에서 확산되던 영상을 보도했다. 한 무속인이 3년 전 영화 '기생충' 감독 출연진 사주풀이를 하면서 이선균에 관해 “수갑 차고 가는 거랑 주사 맞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스포츠경향도 20일 오전 <“이선균, 10월 조심···마약으로 수갑차” 사주풀이 조명> 기사를 냈다. 'L씨가 이선균 아니냐'는 추측이 SNS에 떠돌았고 커뮤니티에 '이선균 마약'을 언급한 무속인 영상이 화제가 되자 매체들이 받아쓴 것이다.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20일 오후 “이선균 배우에 관한 보도로 심려를 끼친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입장을 내면서 비로소 '이선균 마약 의혹' 실명 보도가 공식화했다.

▲ 인사이트 20일자 보도 화면 갈무리.

기자들이 경찰 또는 당사자에 확인하여 실명 보도를 내기 전, SNS와 온라인에 추측성 정보가 공유되고, 이를 언론들이 '커뮤니티 반응' '근황 보도' 명목으로 보도하면서 의혹이 기정사실화하는 현상이 정상적이진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4일 통화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이를테면 온라인 매체 데스크에서 '이선균 기사 몇 개씩 써 놓으라'고 지시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러면 기자나 담당자들은 이선균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써놔야 한다. 사실이 확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뉘앙스만으로 어뷰징 기사를 만드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현 포털 AI 알고리즘 구조 하에선 몇 개 매체가 이선균을 거론만 해도 이슈 집중도가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며 “뜬금없이 근황 보도가 나오고, 무속인이 나오는 건 다 장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 엔터타임즈 19일자 기사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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