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집은 어디에”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성료
전 세계 동물권 이슈를 다룬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서울동물영화제 주최 측은 지난 23일 지난 19일 개막한 제6회 행사가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슬로건 아래 폐막했다고 24일 밝혔다. 21개국 51편의 장단편을 서울 메가박스 홍대와 온라인 상영관 퍼플레이에서 상영했다. 5일간 총 4300여 명의 관객이 온·오프라인으로 동물 영화를 감상했다.
이번 행사 폐막식은 지난 23일 서울 메가박스 홍대 제1관에서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동물권 단체 카라 전진경 대표의 인사와 함께 시작됐다.
폐막작 상영에 앞서 단편경쟁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해 신설된 서울동물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는 올해 전세계 84개국 685편의 작품이 모여들었다. 사전 심사를 거쳐 총 22편의 작품이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을 만났다.
온·오프라인 관객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SAFF 관객상의 주인공은 초등·중등 학생 감독 6명이 함께 만든 ‘열 걸음’이었다. ‘열 걸음’은 열 걸음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세상을 사는 강아지 사랑이와, 사랑이를 발견한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커피 가루 애니메이션이다.
‘열 걸음’을 공동연출한 신혜인 감독은 “모든 동물의 세상이 열 걸음보다 넓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작년 여름부터 영화를 만들며 보낸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게 해준 서울동물영화제와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대상 격인 SAFF 작품상은 체코의 안나 헤리바노바 감독의 ‘잉어 크리스마스’에 돌아갔다. ‘잉어 크리스마스’는 인간의 축제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에 대해 동물과 인간의 입장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는 애니메이션이다. 재치있으면서도 즐겁지만은 않은 유머를 정교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
단편경쟁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서울동물영화제를 비롯하여 모두가 어디를 지향점 삼아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며 심사했다”고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손수현 심사위원은 “친절함과 다정함은 늘 가져가야 하지만, 비극적인 현실 앞에서 온건함은 때로 무력해지기도 한다”며 “이 작품(‘잉어 크리스마스’)을 통해 어떤 작품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심사 소감을 전했다.
수상작과 끝까지 경합을 벌인 작품으로는 아네르 에체베리아 모랄 감독의 ‘고릴라 경비원, 조이’와 올리비아 칼카테라 감독의 ‘야생 금작화의 경이로운 고통’이 언급됐다.
마지막으로 폐막작 ‘그만먹개犬 캠페인 2023’ 상영을 끝으로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는 막을 내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그만먹개犬 캠페인’은 개 식용 종식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영화 감독들이 참여한 영상 릴레이 프로젝트다. 상영에 앞서 참여감독들과 무대인사에 나선 임순례 집행위원장은 “아직도 개 식용 종식이 선언되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저희가 가진 영상의 힘을 빌려서라도 개 식용 종식과 개 식용 금지법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고 싶었다”며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만먹개犬 캠페인 2023’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으며, 모든 작품이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짝꿍’의 이송희일 감독은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가 공생공락이라고 하는데,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울동물영화제가 등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폐막작 선정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디어 파도’의 장민승 감독은 “학대받고 고통받는 동물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이 일을 통해 제 인생에서 아주 큰 배움과 성찰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잘 살고 있는 ‘파도(영화 속 주인공 백구)’와 이 자리를 함께 만들어준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매년 가을 개최되는 서울동물영화제는 2018년 카라동물영화제로 시작해, 지난해 명칭을 변경하고 올해로 6회를 맞았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후원한다. 동물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를 국내에 소개할 뿐 아니라, 각종 토크와 포럼을 통해 영화 속 주제를 우리 사회와 연결하고 확장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카라 관계자는 “올해 서울동물영화제가 많은 관객들과 감독들이 기다리는 영화제가 되어간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영화를 통해 동물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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