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무대 달린 전차경주, 영화 못지않네
28명 남성 역동적 앙상블 압권
내달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울
영화 마니아였던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도 즐겨 본 영화 '벤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전차 경주를 뮤지컬 무대에 가져올 수 있을까.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LG아트센터서울 공연장에서 가능했다. 회전하는 원형 턴테이블 무대 위에 말 8마리가 등장한다. 4마리 백마와 4마리 흑마가 이끄는 전차를 주인공 '유다 벤허'와 친구를 배신하고 로마에 충성하는 사령관 '메셀라'가 각각 타고 운명을 건 승부를 펼친다.
지난 17일 창작 뮤지컬 '벤허' 공연에서는 벤허 역의 박은태와 메셀라 역의 이지훈이 전차에 올랐다. 말은 다리가 잘 움직이도록 관절이 굽혀졌다 펴지게 디자인됐다. 무대가 움직일 뿐 아니라 영상 디자인까지 시시각각으로 바뀌면서 로마시대 예루살렘의 전차경기장인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를 무대에 재현해 낸다. 벤허가 운명에 맞서는 질주에서 승리해 복수에 성공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나왔다.
'벤허'는 1880년 루 월리스가 발표한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로마 제국주의 시대에 고난과 역경을 겪는 이스라엘 귀족 벤허의 삶을 통해 신의 섭리를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사랑과 헌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번 시즌에는 완성도 높은 대작을 만들어 온 EMK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 뮤지컬의 볼거리는 남성 배우 28명의 앙상블이다. 이스라엘 군사와 로마 군사로 등장하는 남자 배우들이 웅장한 넘버들을 부를 때마다 귀뿐 아니라 눈도 즐거웠다. 로마와 예루살렘의 더운 날씨와 역동적인 안무에 어울리도록 웃옷을 벗은 배우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영화 300'의 스파르타 군사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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