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 오랜만의 액션만큼이나 힘들었던 것들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10. 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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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배우 지창욱은 액션, 멜로가 다 되는 배우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디즈니+ '최악의 악' 박준모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언더커버로서 범죄 조직에 잠입하는 준모는 자신의 아내와 조직의 보스가 가까워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지창욱의 멜로는 걱정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선보이는 액션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이 공개되자 이는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지창욱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액션으로 많은 사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하는 액션보다 더 지창욱을 힘들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지창욱은 마약 거래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강남 연합에 잠입하는 경찰 박준모 역을 맡았다. 최종화 공개를 앞두고 만난 지창욱은 "주변 친구들은 재밌게 봤다고 한다. 굳이 연락해서 별로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창욱은 2016년 tvN 'THE K2' 이후 오랜만에 액션신을 소화했다. 'THE K2' 종영 당시 "다시는 액션을 안한다"고 말할 정도로 어려움을 토로했던 지창욱이 다시금 액션에 도전한 것은 '최악의 악'의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 때문이었다.

"'THE K2' 이후 액션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오랜만에 액션을 했어요. 'THE K2'가 정제되고 극적인 액션이었다면, '최악의 악'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렇다고 액션이기 때문에 '최악의 악'을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누아르 장르도 처음 해보긴 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인물 간의 관계였어요. 또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있었어요. 이 연출이라면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신뢰가 컸어요."

지난 여름 촬영을 시작한 '최악의 악'은 올 4월 촬영을 마쳤다. 작품이 공개된 건 이보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였다. "기억에서 흐릿해질 때 홍보를 시작했다"고 말한 지창욱은 "홍보를 하며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창욱이 힘들어했던 건 단순한 액션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액션을 하니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액션을 떠나서 전체적인 흐름, 캐릭터에 대한 빌드업,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들이 힘들었어요. 보기에도 고생했을 법한가 보더라고요. 최근에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해 보니 너무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치열하게 했던 게 화면에 조금이나마 나오게 돼서 좋았어요."

박준모가 위험한 언더커버 작전에 참여한 것은 단순한 사명감 때문은 아니다. 아내 의정은 서울청 보안과로 발령받을 정도로 엘리트지만 자신은 시골 형사에 계급도 낮다는 점 때문에 준모는 경찰 집안인 처가로부터 은근한 무시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한 열등감을 이겨내고자 준모는 2계급 특진을 조건으로 작전에 참여한다. 지창욱이 박준모 캐릭터를 구현할 때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도 이러한 욕심과 자격지심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이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였어요. 준모가 언더커버로 들어가며 그에게 놓여진 선택들이나 행동이 극적으로 보여지고 내적인 갈등이 극대화되게끔 했어요. 그래서 도덕적 가치관과 신념보다는 욕심, 자격지심, 콤플렉스에 집중했어요. 그러면 준모가 무너져 가는 과정이 훨씬 더 잘 보여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창욱이 박준모의 내면에 집중한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가진 원초적인 본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창욱은 스스로도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무대에서 항상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지창욱이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아하기도 했다. 다만 지창욱은 이러한 감정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피해의식이나 승진에 대한 욕심. 이런 것들은 모두가 가졌고 누구나 가진 원초적인 본능이라고 생각했어요. 준모가 그 과정에서 선택해나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하고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본질적인 감정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 또한 열등감이 있고 자존감이 낮은 편이고 콤플렉스도 있어요. 그걸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굳이 낮은 자존감을 어거지로 높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에게 긍정적인 효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2계급 특진을 목표로 강남 연합에 잠입한 준모는 정기철(위하준)의 신임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점차 악에 물들며 변화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재건파가 강남연합을 습격했을 때 이를 헤치우는 장면이다. 지창욱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돌아봤다. 

"준모의 갈등과 변화가 절정에 이르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션도 힘들었고 원테이크로 촬영했어요. 그런데 피도 많이 튀고 외부적인 장치가 많아서 그런지 확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 상황도 재미있었어요. 수사를 위해 잠입한 경찰이 와이프 앞에서 깡패보다 더 악인처럼 변했잖아요. 특히 마지막에 도끼를 휘두를 때는 명분보다 감정이 앞선 모습인데 사람이 그렇게까지 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최악의 악'이 다른 언더커버 장르 작품과 가지는 차별점은 삼각 로맨스 관계를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준모의 아내인 의정은 기철의 첫사랑이다. 준모가 강남연합에 깊게 파고들수록 의정 역시 기철과 엮인다. 준모는 작전 때문에 의정과의 관계를 숨기고 반대로 의정은 빠르게 작전을 해결하기 위해 기철에게 점차 다가간다. 지창욱은 이러한 삼각 관계 역시 '최악의 악'이 가진 매력이라고 짚으며 임세미와의 호흡을 돌아봤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하지만, 인물들 사이의 치정 아닌 치정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그게 우리 작품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극적인 효과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세미와는 미묘한 불편함과 거리감이 있었어요. 그게 의정이와 준모에게는 너무나 도움이 됐어요. 사실 세미와 제가 부딪히는 장면도 많이 없어요. 거기서 오는 거리감과 불편함이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준모, 세미, 기철의 삼각관계는 중국 마약 공장의 유통책 해련(김형서)가 등장하며 또 한 번 요동친다. 해련은 기철과의 거래를 위해 한국에 왔지만, 준모에게 관심을 보이며 그를 유혹한다. 준모 역시 마약 거래를 성사시켜 이를 포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해련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준모와 해련은 농도가 진한 스킨십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창욱은 해당 장면을 비롯한 김형서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 어색하고 보통 해왔던 작품보다 무드, 수위가 짙은 장면이라 선배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도 많았어요. 그래도 극에서는 제가 당하는 입장이라 평소보다는 힘이 덜 들어갔어요.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해주셨고, 형서도 불편할 수 있었지만 편하게 잘 해준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그렇지만 배우들은 연기를 하다보면 내 뱉는 호흡, 상투적인 표현들이 있어요. 형서는 그런게 많이 없더라고요. 마주하고 연기를 하면서 새롭고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근 '도시남녀의 사랑법', '안나라수마나라',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등의 작품을 선보였던 지창욱은 '최악의 악'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줬다. 스스로는 "분장, 의상, 촬영, 조명 등 외부적인 요인이 많았던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러한 외부적 요인이 있었더라도 달라진 모습을 각인시킨 건 지창욱 본인의 힘이다. 지창욱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한 생각은 꾸준했다.

"'최악의 악'에서 그 전보다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기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한 것도 중요하지만, 분장·의상·촬영·조명 이런 것들로 인해 달라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이미지 변화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어요. 저는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거든요. 무조건 변화를 위해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지만,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계속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의 말처럼 지창욱의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최악의 악' 이후에도 영화 '리볼버'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우씨왕후'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차기작이 대기 중이다. 쉬지 않고 꾸준히 일하는 지창욱은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힐링이자 원동력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실 쉬운 스케줄은 아니에요. 공연도 했고 '리볼버' 촬영은 최근에 마쳤고요. 지금은 '우씨왕후'와 '웰컴투 삼달리' 촬영 중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보면 하고 싶었어요. 현실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아 욕심도 생겼어요. 또 막상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계속 생각도 나고요. 아이디어를 내고 표현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힐링이었고 원동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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