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년전 신라인 '소원성취' 부적 첫 공개 … 가장 오래된 필사본
닥종이 한지에 쓴 수구다라니
8~9세기 필사된 것으로 추정
한자·범자 합체본은 세계 유일
불교 수호신 금강신 그림 눈길
'수리수리 마하수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거나 말해봤던 말이다. 실제로는 불교 경전인 천수경과 반야심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다라니, 즉 주문이라 한다. 석가모니 부처의 비밀스러운 가르침이라 해서 번역하지 않고 인도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발음한다.
다라니에는 10여 종이 있는데 다라니를 외우는 즉시 바라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수구다라니'가 있다. 일종의 '소원성취 부적'인 셈이다. 이 수구다라니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필사본이 24일 최초 공개됐다. 무려 1200년 전인 8세기 말에서 9세기 초에 필사된 다라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날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전을 개막하면서 통일신라 수구다라니를 첫 공개했다. 경주 남산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금동제 경합에는 닥종이 한지에 쓴 범자(산스크리트어 표기 문자) 다라니, 한자 다라니 두 점이 들어 있었다. 한자 다라니는 범자 다라니와 같은 내용으로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음만 표기한 것이다.
전시장에는 단 석 점의 유물만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를 기획한 신명희 학예연구사는 "석가탑에서 발견된 국보 무구정광대다라니나 고려, 조선시대 다라니도 함께 보여줘 비교했을 수도 있으나 통일시대 수구다라니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실제 다라니는 뜻을 알 수 없는 한자와 산스크리트어로 돼 있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문화재적 가치와 관련해서는 "범자와 한자 수구다라니 합체본이 함께 발견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며 "국내에서 발견된 필사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필경사가 직접 쓰고 그린 필사본으로 통일신라시대 추정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물은 단 석 점이지만 전시는 3부로 알차게 구성돼 있다. 1부는 다라니의 탄생을 영상과 자막으로 보여준다. 부처의 제자가 석가모니 부처에게 다라니를 청하는 과정과 다라니의 제작 방식과 효험을 말하는 부처의 말씀을 보여준다.
2부는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다라니 2점과 이를 담아 뒀던 금동 경합이다. 이 경합은 옆면 사방에 신장상이 새겨져 있고, 여백에 어자(魚子) 무늬가 있다. 모서리에 선을 그어 테두리를 입체적으로 장식하는 방식도 8~9세기 유행하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이 경합을 통해 시대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박물관 측은 밝혔다.
3부는 촉각 체험을 통해 다라니를 만질 수 있게 했다. "아이를 낳게 해주세요" "부와 명예를 얻게 해주세요" "질병을 낫게 해주세요" "진리를 깨닫게 해주세요" 등 사람들의 소원은 예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
수구다라니 존재는 3년 전인 2020년 한 학술대회에서 처음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입수하고 해방 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했으나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산스크리트어와 다라니 전문 연구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원래의 형태인 정사각형 모양을 되찾은 점도 성과다. 경합에서 꺼냈을 때 범자 다라니와 한자 다라니 두 점은 하나의 종이에 같이 배접된 직사각형 형태였다. 총 16개의 조각으로 나뉜 것을 순서대로 붙여 가로, 세로 30㎝ 안팎의 크기 형태를 되찾았다.
총 2143자로 이뤄진 범자 다라니를 자세히 보면 사각 테두리와 가운데에 신라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는 불교의 수호신 금강신이 한 손엔 고대 인도의 무기 금강저를 들고 또 한 손으로는 신라 관리의 머리에 손을 얹은 장면이 그려져 있다. 신라인에게 "다음 생에는 성불하라"고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신라인은 이름이 지워져 있지만 관리가 유력하며 이 다라니를 발원하고 소지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종이가 접힌 부분에서 그림 일부가 훼손돼 있다. 전시에 나온 수구다라니는 중국 당나라 때 보사유가 693년에 한자로 음차한 '불설수구즉득대자재다라니신주경'에 바탕한 것이다. 수구다라니를 소리내어 읽거나 외우고 또 몸에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면 즉시 효험을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경주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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