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보스턴 꿈꾸는 K-제약바이오 클러스터…"실질적 지원 필요"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래경제 성장을 이끌 핵심 동력이자 국민건강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수행해 내면서 클러스터 중심의 산업육성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클러스터는 기업, 대학, 연구기관 및 지원기관(정부·지자체 등)이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지식·기술을 창출하는 결집체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의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방문한 이후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우리나라 정부도 클러스터 육성을 통해 ‘제2의 보스턴’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지 美 보스턴
미국 보스턴은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다. 1980년대부터 지역명문대인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하버드대학 등에서 제약바이오 관련 전공 인재들이 모이고 기업들이 이들을 고용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역 내 병원들은 임상 실험 인프라를 제공하고, 수익을 다시 연구소와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면서 산·학·연·병의 정보교류와 협업 등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뤄진다.
민간창업 지원기관을 주도로 대학·연구기관의 잠재력 높은 아이디어와 연구 자산들이 상업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혁신기업·연구기관이 밀집한 보스턴 켄달스퀘어는 ‘지구상 가장 혁신적인 1스퀘어 마일(2.9㎢)’로 불린다. 모더나, 화이자 등을 포함한 1천여개의 바이오 기업과 벤처캐피탈(VC)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스턴에서는 지난해에만 약 1천억달러(약 129조원) 규모의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켄달스퀘어 내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는 그중에서도 제약바이오 산업의 집적지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7천500여개의 기업들이 성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CIC를 선택할 정도로 실시간 정보공유와 파트너링이 이뤄지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장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CIC에 오픈 이노베이션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2019년 GC녹십자, 유한양행(유한USA)를 시작으로 팜캐드, 대웅제약, 한미약품, 웰트, 스탠다임, 보로노이, 아리바이오, 일동제약, 휴온스(휴온스USA), 라이플렉스사이언스, 알리미스테라퓨틱스, 제너로스, JW중외제약,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동아에스티 등의 기업들이 CIC에 입주한 상태다.
■ K-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으로 결집
국내에도 2000년대부터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과 연구기관 등이 협력하는 형태의 다양한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판교·광교 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서울 홍릉,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청주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바이오프론트, 대전 대덕 연구개발특구, 강원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 등 다양한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정부는 산업단지, 연구개발특구, 첨단의료복합단지, 소부장 특화단지 등 운영중인 클러스터 유형만 6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약 1천개, 관련 종사자 수가 4만7천여명에 달하는 경기지역에서 활발하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는 JW중외제약, 휴온스, 경동제약, 안국약품 등 제약사들이 입주를 결정했고, 고려대의료원 등 대학병원도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인접해 있어 다양한 기업들과 교류가 가능하고 서울대학교가 인근에 있어 산·학·연·병 등의 협력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서울대학교, 서울대병원 등과 연계해 창업을 지원하는 시흥 의료바이오 클러스터를, 성남·판교·향남 등과 연계되는 광교 바이오 혁신벨트를 각각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인천 역시 바이오 클러스터가 활발히 조성되고 있는 지역이다. 인천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자리를 잡았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롯데 바이오로직스 등도 입주 예정이다.
2020년 기준 송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은 88만ℓ로 미국 샌프란시스코(34만ℓ)와 싱가포르(21만ℓ)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정부도 늘어나는 바이오기업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바이오 공정 인력양성센터를 송도에 구축, 내년 완공해 연간 2천여명의 바이오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구상이다.
■ 한국판 보스턴 조성, 바이오헬스를 제2의 반도체로…“과감한 투자 필요”
정부도 지난 6월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를 갖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다양한 클러스터에 자원을 분배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클러스터를 선별,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클러스터 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법률·회계 등 사업지원 서비스기업, 창업보육기관이 집적될 수 있도록 용도변경, 입주업종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또 유망 벤처기업 선별 체계 확립, 스케일업 지원 및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통한 벤처투자 생태계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동물세포 배양, 정제 기술 등 바이오의약품 관련 핵심기술을 포함해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조세특례법에 따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에 설비투자를 하면 중소기업은 25%, 대·중견기업은 15%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우수 연구기관과 보스턴 선도 연구기관 간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 국내 기관과 보스턴 기관의 강점을 융합·활용해 난제를 해결하고 핵심인력을 양성키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국판 보스턴 조성을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했다. 이는 제약바이오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면서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단계별 지원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으며,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과 관련해서는 인허가부터 전임상, 상업화까지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다”며 “대학 및 연구소, 바이오벤처와 협력하는 역할 전문화, R&D 이후 사업화에 필요한 시험, 분석, 인증 등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기업 간 소통하에 성장이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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