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파 5인 징계 잔불 남긴 친명계 지도부, 왜?
비명계에 ‘이재명 지도부 흔들지 말라’ 경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왈가왈부 말자”고 했지만 친이재명(친명)계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잠시 미뤄둔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에게 ‘앞으로 이재명 체제를 흔들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24일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전날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는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말한 데 대해 “국민의 삶이 더 고단하니 (징계를) 잠시 미뤄두자는 것”이라며 “해당 행위를 해놓고도 이걸 징계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분(가결파 의원들)들에게 기회를 다시 한번 드리겠다는 숨은 뜻도 있다”며 “이 대표 공격하고 비난한 것처럼 내부 총질하지 말고 밖으로 총구를 돌려서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무능을 비판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친명계 서은숙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가결파’ 의원 5명(김종민·설훈·이상민·이원욱·조응천)의 징계 청원에 대해 “지금 (징계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이 문제가 잠복돼 있다”며 “필요한 경우에 청원을 당무로 처리해야 하기에 처리해야 할 시기가 온다면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전날에도 ‘해당행위자’ 징계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가결파 5명 징계에 대해 “윤리심판원 문제는 당헌·당규상 절차적 문제이기 때문에 실무적 검토 의견에 따라서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실무적 검토를 하냐’는 추가 질문에는 “윤리심판원 (징계) 논의 자체를 안 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른바 ‘해당행위자’를 징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 최고위원들의 가결파에 대한 경고와 오락가락 메시지는 비명계 포용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통합’을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혹시라도 자신에 대한 3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면 비명계 의원들에게 또다시 부결을 호소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가 136석(이 대표 2차 체포동의안 부결 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기에 통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완전히 포용하자니 지도력이 약화할 수 있다. 친명계는 비명계가 내년 총선 전에 이 대표를 대표직에서 끌어내리려 한다고 비판한다.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지지부진하거나, 이 대표에 대한 3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거나, ‘통합형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으면 언제든 이 대표 사퇴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이 대표의 속마음을 읽고 ‘배드캅’ 역할을 자처해 비명계 의원들에게 ‘이재명 체제를 흔들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통합’보다는 ‘단합·단결’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통합은 당 대표가 비명계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단결은 비명계를 포함한 당 구성원 전체에 해당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소수파인 비명계를 완전히 포용하지 못한다면 당내 계파 갈등은 내년 총선 공천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 국면에서 ‘비명계 물갈이’를 묵인하리라고 의심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전날 YTN 라디오에서 “공천을 앞두면 현역의원 물갈이, 인재영입 등으로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며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