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다시 보고 싶어요" 초교 제자들 교권보호위 출석 교사 응원

서충섭 기자 2023. 10. 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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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양지초 앞서 열린 교권집회에 하굣길 학생들 동참
스승 위해 경찰·검찰서 진술한 11살 학생 선생님 보자 눈물
24일 광주 북구 양지초 앞에서 열린 윤수연 교사 교권회복 촉구 집회에서 하교하던 초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동참했다.2023.10.24./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쌤~ 너무 보고 싶어요. 빨리 학교 돌아와서 예전처럼 행복하게 지내요."

학부모의 잇따른 아동학대 혐의 법적 소송을 교권침해로 인정해 달라며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한 초등학교 교사를 향한 제자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24일 오후 2시50분 광주 북구 양지초 앞.

초등교사노동조합과 광주교사노동조합 등이 이 학교 윤수연 교사의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발언을 이어가던 중 하교하던 학생들이 집회를 보고 몰려들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너도나도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대열에 동참했다. "우리가 선생님을 구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학생들은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는 구호를 따라 외치며 집회가 끝날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학생들 중에는 윤 교사가 아동학대 소송으로 지난해 학교를 잠시 떠나기 전까지 가르쳤던 당시 3학년 담임학급 제자와 영어를 가르쳤던 6학년 제자들도 있었다.

윤 교사의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에도 출석해 윤 교사를 위한 진술을 하고 탄원서도 썼다는 4학년 박모양(11)은 윤 교사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들었다.

24일 광주 북구 양지초 앞에서 열린 윤수연 교사 교권회복 촉구 집회에서 윤 교사 제자들이 찾아와 인사하고 있다.2023.10.24./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윤 교사와 박 양은 윤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해 담임에서 배제되면서 헤어져야 했다.

윤 교사는 품에 달려든 제자를 꼭 껴안고 인사를 나누더니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윤 교사는 "1년6개월 동안 너무 힘들어 학교로 안 돌아오려고 했는데…"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박양은 "선생님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에 탄원서도 쓰고 검찰청에서 검사님한테 이야기했다. 착하고 모르는 것 있으면 늘 친절하게 알려주는 선생님이 안 힘들었으면 좋겠고 다시 학교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 수사 과정에서 3학년 담임 학급 학생 20명 중 4명을 제외한 16명의 학부모가 윤 교사를 구명하는 탄원서를 냈었다.

윤 교사는 제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리는 교권보호위원회에 참석하려 학교로 들어섰다.

응원 행렬은 교문 밖에서 그치지 않았다. 교보위가 열리는 교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윤 교사의 동료 교사들은 '윤수연 당신은 소중한 사람', '윤수연 당신을 응원합니다'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도열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들이 선생님의 진심을 알고 응원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면서 "교권회복은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것임을 학생들도 잘 알고 있었다. 공교육과 아이들을 지키는 데 모두 힘을 보태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윤 교사 사건을 초기부터 함께 대응한 윤정현 광주교사노동조합 위원장도 "윤수연 선생님 사건은 교권침해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서울 서이초나 타지역 학교처럼 교사가 끝내 사망한 뒤에야 사후약방문식 늑장대응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면서 "선생님과 제자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광주시교육청은 정신 차리고 최선을 다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24일 광주 북구 양지초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윤수연 교사에 대해 학부모가 제기한 소송을 교권침해로 인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2023.10.24./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초등교사노조는 윤 교사의 요청으로 열린 교보위가 학부모의 아동학대 무고를 교권침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4월 친구와 싸우는 학생을 말리려 빈 공간으로 책상을 넘어뜨린 윤 교사는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고 1년3개월 만에 광주고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3279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기각됐다"면서 "그럼에도 학부모는 검찰 결정에 불만을 품고 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어떤 혐의로든 교사를 처벌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여러 교사들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교육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악성 민원과 관리자의 외면에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면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소임을 다하도록 수사 당국의 엄정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사노조는 10월16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교사 8000여명이 동참한 윤 교사 지지 서명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 1월 윤 교사의 검찰 수사를 앞두고 모인 전국 교사 1800여명의 탄원서보다 4.5배 많은 수치다.

20년차 베테랑인 윤 교사는 지난해 7월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지난 4월29일 광주지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학부모는 이에 항고했으나 광주고검은 7월26일 다시 기각했다.

3279만원을 배상하라며 학부모가 제기한 민사소송도 6월 기각됐다.

이에 학부모는 8월 검찰의 결정이 타당한지 법원이 판단해 달라며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담임에서 배제돼 일반과목을 가르치다 9월부터 병가에 들어간 윤 교사는 이같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법적 소송을 교권침해로 인정해 달라며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했다.

양지초 교보위는 양측의 주장을 반영해 교권침해 여부를 심의한다.

윤 교사에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 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못해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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