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지켜도 '남극 보호막' 붕괴”... 서남극 빙붕 녹는 것, 이젠 못 막는다

이유진 2023. 10. 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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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탄소 배출량을 줄여도 이제는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이 녹아내리는 걸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남극 빙상과 같은 대형 빙붕(ice shelf·대륙과 이어진 거대 얼음 덩어리)은 육지 빙하가 녹아 바다로 쏟아지는 걸 막는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세기 안에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할 수도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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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빙하 바다 유입 막는 '수문' 무너지는 셈
21세기 안에 대부분 녹을 듯... "임계점 넘어"
남극의 한 바다에 흘러나온 빙하들이 빠르게 녹고 있다. 영국 남극연구소(BAS) 홈페이지 캡처

아무리 탄소 배출량을 줄여도 이제는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이 녹아내리는 걸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남극 빙상과 같은 대형 빙붕(ice shelf·대륙과 이어진 거대 얼음 덩어리)은 육지 빙하가 녹아 바다로 쏟아지는 걸 막는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세기 안에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할 수도 있게 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영국 남극연구소(BAS) 소속 케이틀린 노턴 박사 연구팀은 남극 아문센해에 설치된 고해상도 컴퓨터 모델을 사용해 지구온난화가 일대에 미친 영향과 향후 전망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 화석연료 사용 감축 속도와 상관없이 서남극 빙상의 상당 부분은 21세기 중 녹아내릴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수세기에 걸쳐 천천히 녹을 것이라는 기존 예측이 뒤집힌 것이다.

특히 파리 기후변화협약 목표대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하로 억제할 경우에도 빙상이 녹는 속도는 20세기보다 3배 빠를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탄소 배출량이 급감한다 해도 빙붕 소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도달한 셈이다. 이번 연구 논문은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이날 게재됐다.

빙붕은 남극 육지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 ‘남극의 보호막’으로 불린다. 수문 격인 서남극 빙상이 녹아내리자, 일단 바다에 흘러간 뒤 높은 해수 온도에 녹는 육지 빙하도 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게다가 서남극 빙상 자체의 질량도 어마어마한 탓에, 완전히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은 5.3m가량 상승하게 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노턴 박사는 “우리는 21세기에 서남극 빙상이 녹는 걸 통제할 수 없을지 모른다”며 “일부 해안 지역 사회는 밀려오는 바닷물에 대처할 방안을 찾거나 거처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가디언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해안에서 100㎞ 이내에 살고 있는 만큼,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온실가스 감축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덜 받는 동남극 빙상엔 서남극 빙상보다 약 10배 많은 얼음이 포함돼 있다. 해양학자 알베르토 가라바토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탄소 배출량 감축에 들어간다면, 남극의 나머지 부분이라도 보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턴 박사도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기후행동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순 없다"며 "22세기 이후에 남극 얼음이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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