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파이더맨2, 90점도 야박하게 느껴지는 띵작

홍수민 기자 2023. 10. 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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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원작 재료로 잘 만들고, 잘 깎고, 잘 다듬어 낸 웰메이드 히어로물
- 인섬니악 게임즈 '마블 스파이더맨2'

"메타크리틱 90점? 더 높아도 충분한 웰메이드 히어로물의 정석"

드디어 인섬니악 게임즈 신작 '마블 스파이더맨2'가 20일 출시됐다. 스파이더맨 팬이라면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전작인 마블 스파이더맨도 수작이었으며,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기대치가 높은 것도 당연하다.

원작이 존재하는 게임, 특히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게임에는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일단 고증이 미덕이 된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설정과 전개가 한정된다. 주인공 역시 고전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전투 역시 능력의 제한으로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같은 설정이라도 어떻게 해석하고 변주하느냐에 의해 완성도는 천양지차다. 공들여 깎아낸 스토리와 묘사, 혼신의 힘을 다한 연출까지 합쳐지면 "같은 IP 맞냐"는 감탄이 들 정도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마블 스파이더맨2은 이러한 방식으로 히어로물에 대한 편견을 정면으로 때려 부쉈다. "너희들이 대충 만들어서 그렇다, 공들여 만든 왕도 히어로물은 통한다"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장르: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10월 20일



개발사: 인섬니악 게임즈



플랫폼: PS5



■ 두 명의 스파이더맨, 재미도 두 배

- 더블 주인공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흐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마블 스파이더맨2는 인섬니악 게임즈가 개발한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신작으로 '피터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 두 명이 주인공이다. 두 스파이더맨은 두 배로 넓어진 뉴욕을 빌런들의 마수에서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작하자마자 튜토리얼인 샌드맨 전투에서 혼을 쏙 빼놓는 그래픽과 액션 연출을 선보이며 플레이어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다. 두 스파이더맨의 협력 전투를 거치면서 게임 특징과 기본적인 조작법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더블 주인공 체제라고 하면 안 좋은 예시부터 우수수 떠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한 쪽 주인공이 그 유명한 1대 스파이더맨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행히도 메인 스토리 비중은 고르게 분배됐으며, 전환 또한 매끄러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전작 등장 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기 때문에 몰입감 측면에서 전작을 미리 체험해보길 추천한다. 기자는 마블 관련 기본 상식만 가진 채 플레이했는데, 게임이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지금이라도 진행을 멈추고 전작을 다시 해볼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 PS5 성능 한계까지 쥐어 짠 그래픽

-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말하는 표정

마블 스파이더맨2의 그래픽은 얼핏 보기에 엄청나게 세밀하고 정교하지 않다. 플레이스테이션4로 출시됐던 전작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플레이스테이션5의 기술력 활용은 겉을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실속을 알차게 챙겼다.

가령 인물 표정만 봐도 그렇다. 눈의 무의식적인 깜빡임이나 시선 처리, 자연스러운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뛰어난 배우가 말없이 눈빛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듯, 이 게임도 표정만으로도 어떤 감정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 게임에서 체험하는 뉴욕의 야경

빛의 움직임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렌더링 기법 '레이 트레이싱'을 반사체 효과에 집중해 성능과 최적화를 동시에 챙긴 것도 영리한 선택이다. 레이 트레이싱은 그래픽과 퍼포먼스 둘 다 기본적으로 적용돼 있다. 퍼포먼스 모드에서는 조금 더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빌딩 창에 반사된 뉴욕의 풍경, 창에서 들여다보이는 내부의 사람들, 오브젝트 텍스쳐와 전투 시 슈트 파손 등 집요하게 구현된 디테일을 보고 있으면 절로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한 끗 차이라지만 그 디테일이 명작과 평작을 가르는 기준 아니겠는가.

 

■ 더욱 속도감 넘치고 화려해진 전투

- 즉발 시스템이라 흐름이 끊기지 않고 매끄럽다

전투 시스템은 전작과 다소 차이가 있다. 스킬이나 장비는 즉발형 시스템으로 스킬 탭에서 이것저것 선택할 필요 없이 키를 입력하면 즉시 시전된다. 전투 모션과 연출은 여전히 경쾌하고 화려하며, 공중전과 지상전을 넘나드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스피디함과 스타일리쉬함도 잘 살렸다.

새롭게 추가된 패링 시스템과 함께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흐르는 프리플로우 전투는 이 게임의 백미다. 스킬은 공용 스킬 트리와 스파이더맨 개별 스킬 트리로 나뉜다. 스킬 트리에서 신규 스킬이 해금되거나 기존 스킬에 새로운 효과가 추가될수록 전투는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변화한다.

- 스토리 진행에 의해 해금되는 스킬트리도 있다

조작 트리거가 복잡해 초보자가 활용하기에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게임을 못 하면 못 하는대로 방법이 있다. 자동 조준 보조, 자동 회복, 회피와 쳐내기 타이밍 등 항목을 세분화한 접근성 옵션 도움을 받으면 수월하다. 

소니 퍼스트파티 게임답게 전용 컨트롤러인 듀얼 센스 활용 역시 일품이다. 오브젝트 별 타격감까지 구현한 햅틱 피드백, 무거운 물체를 잡아당길 수록 뻣뻣해지는 적응형 트리거는 게임의 몰입감을 한층 더 올려준다.

 

■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흥미로운 전개 방식

- 입체적인 모습을 보이는 블랙 캣

마블 스파이더맨2에서 스토리를 빼먹을 수는 없다. 메인 스토리에서 피터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가 담당하는 주역 파트는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두 스파이더맨 역시 조력자이자 지지대로서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관계다.

전작도 그랬지만, 마블 스파이더맨2는 기본적으로 마블 관련 지식이 있으면 더욱 흥미롭다. '마블 스파이더맨'이라는 시리즈 제목답게 마블 원작에서 영향을 받은 설정이 많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위험이 있으니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다루기는 어렵다. 다만 등장 인물들의 과거 행적과 그들이 쌓아 올린 관계가 촘촘하게 맞물려, 이해할 수 있는 결정과 납득할 수 있는 서사를 그린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 갑자기 리듬게임이 나올 줄이야

사이드 퀘스트의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연출과 퀄리티만큼은 확실히 챙겼다. 퀘스트에 호불호가 갈릴 요소는 있다.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등장 인물들의 과거나 관련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수행하기를 추천한다. 보상 또한 쏠쏠하다.

유려한 스토리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여 낸 미니 게임도 재미 요소 중 하나다. 레이저빔을 피하는 클래식 잠입 액션부터 퍼즐, 리듬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의 미니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물론 퍼즐과 미니 게임이 취향이 아닌 사람을 위한 접근성 옵션도 존재한다.

 

■ 웰메이드는 알못에게도 잘알에게도 통한다

- 지구 지킴이 해리는 세상을 치유할 수 있을까

마블 스파이더맨2는 그야말로 메타크리틱 90점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다. 플레이해 본 바로는 후반부 스토리가 진행되며 게임의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에, 90점이라는 높은 점수마저 다소 야박하게 느껴진다.

빠른 이동에서조차 전혀 로딩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최적화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접근성 옵션도 그렇고 진입 장벽이나 플레이 감성도 세심하게 신경썼다. 

뉴욕 빌딩 숲을 웹 윙으로 시원하게 활공하고 있으면 "이게 게임이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시원시원한 전투, 매력적인 스토리도 그렇지만, 수많은 수트 디자인들을 보고 있자면 "이 녀석들 정말 스파이더맨에 진심이구나" 싶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면 소니 퍼스트파티 게임이라 플레이스테이션5로 한정돼 플랫폼 접근성이 낮은 것과 신작 특유의 자잘한 버그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이 게임만을 위해서 플레이스테이션5 구매를 추천할 정도로 즐겁게 플레이했다.

스파이더맨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마블 스파이더맨2만큼은 꼭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장점

1. 놀라운 수준의 최적화



2.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 흡입력 있는 서사



3. 즉발형 프리플로우로 화려하고 속도감 넘치는 전투



단점

1. 한정적인 플랫폼



2. 지난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한 전작 관련 설정 설명



3. 치명적이진 않지만 자잘한 버그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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