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지연 꼼수”VS“사법부 압박”···법사위 국감서 ‘이재명 재판’ 공방
여야가 24일 서울중앙지법 등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대장동 사건 등을 심리 중인 합의부에 배당한 것을 두고 여당은 법원이 재판을 지연시키려 한다고 했고, 야당은 국민의힘이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압박한다고 맞섰다.
이날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은 원래 단독 판사가 재판해야 할 사건인데, 재정합의를 통해 형사합의부에 배당된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지난 16일 기소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대장동·위례사업·성남FC’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에 배당했다.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위증 교사는 (대장동 사건과) 피고인들도 다른데 왜 형사합의33부로 갔느냐”며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꼼수로 배당을 했다. 법원이 ‘이재명 지키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위증교사 사건은 비교적 단순해 별도 재판부에 배당하면 1심 결론이 빨리 날 수도 있는데, 모두 병합해 장기간 심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 의원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4부(재판장 강규태)에 위증교사 사건을 배당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지정 배당을 할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은 형량에 따라 의원직 상실 여부와 출마 자격 여부가 따로 규정돼 별도로 선고해야 할 측면이 있어 다른 사건 재판부(형사합의33부)에 배당한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합의 통해 배정된 이 대표의 사건은 특별한 사안라기 보다 통상적인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관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예규에 따르면 사건배당 주관자(형사수석부장)는 단독 사건 중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은 재정결정부에 회부해 합의부에서 심리할지 결정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이 합의부에 배당된 것에 문제삼을 여지가 없다고 맞섰다. 김영배 의원은 “사건배당 주관자가 사실관계, 쟁점, 사건의 복잡성,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재정결정부에 회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장동과 백현동 사건 병합을 요청한 건 검찰이었는데 여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부분은 쏙 빼놓고 법원을 압박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가 배당을 하고 판결을 하는 이 과정 자체가 사법독립의 표증이고 표상인데, 이 절차를 문제 삼으려면 사법부를 행정부나 국회 밑에 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과다한 압수수색에 따른 증거제출이 오히려 재판이 지연되는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인 이 소송은 원고가 윤 대통령, 피고가 법무부 장관인데 현직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 최측근인 상황에서 법무부가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김영배 의원은 “(이 재판은) 항소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심에서 승소한 변호사를 바꾸고, 시간을 끌고 변론도 제대로 안 하고 있어 공판이 진행될 때마다 언론에서 ‘패소할 결심’이라고 비판 기사가 나온다”며 “국민들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니까 천천히 봐주는 모양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라고 질의했다.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그럴 리야 있겠나”라며 “특별히 재판장이 사심을 갖거나 예단을 가질 분은 아니니 결론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법원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정부가 불복 절차를 밟는 것을 두고도 질의가 이어졌다. 정부가 지난 3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후 일부 피해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재단은 법원에 돈을 공탁했다. 법원은 당사자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줄줄이 ‘불수리’ 판단을 했다. 재단은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항고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공탁이 12건 있었는데 지난달 창원을 마지막으로 모두 기각됐지만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행정부는 패소가 명백한데도 소송을 강행한다”고 했다. 윤 원장은 이에 대해 “법관으로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그렇지만 이런 문제가 자꾸 법원으로 와서 법관들을 당혹하게 한다”며 “민감한 사안은 정치권에서 현명하게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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