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경제적 위압'땐 관세 인상

김태영 기자 2023. 10. 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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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제3국의 '경제적 강압'에 관세 인상 등의 카드로 대응할 수 있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EU의 ACI 법안 추진은 중국이 2021년 리투아니아에 가한 경제 보복이 계기가 됐다.

중국을 염두에 두고 경제적 강압 대응 조치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는 EU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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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강압방지법안' 채택]
제3국 무역 제한에 대응책 마련
합의 안되면 수출입허가도 취소
G7도 28일 통상장관회의서 논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오른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원단 주간회의에 참석해 베라 주로바 EU 집행위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유럽연합(EU)이 제3국의 ‘경제적 강압’에 관세 인상 등의 카드로 대응할 수 있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 법안은 2021년 중국의 리투아니아 보복으로 추진된 만큼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U뿐 아니라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경제적 강압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서방 대 중국 구도의 탈세계화가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EU 이사회는 23일(현지 시간) 보도자료에서 “강압 방지 조치(ACI·Anti-Coercion Instrument)로 불리는 법안을 채택했다”며 “(ACI는) EU와 회원국들이 제3국의 경제적 강압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돕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EU 이사회가 정의한 경제적 강압은 ‘제3국이 EU나 EU 회원국을 향해 무역·투자 관련 조치를 취하거나 취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특정 선택을 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이 법안의 핵심은 EU가 취할 수 있는 무역 제한 대응을 명문화함으로써 경제적 강압에 대한 EU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법안에 따르면 EU는 경제적 강압이 있을 때 대화를 먼저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협의가 실패할 경우 관세 인상, 수출입 허가 취소, 서비스 무역 제한, 외국인 직접투자 혹은 공공조달 제한 등의 대응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 대표가 경제적 강압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회원국 투표를 거쳐 대응 조치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EU의 ACI 법안 추진은 중국이 2021년 리투아니아에 가한 경제 보복이 계기가 됐다. 당시 리투아니아가 대만 대표부를 개설하자 중국은 리투아니아산 물품 수입을 제한했다. 이에 EU 내부에서 반발 여론이 일었고 EU 집행위원회는 그해 12월 ACI 법안을 제안했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일부 회원국은 중국의 보복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올해 3월 집행위 합의, 이달 3일 유럽의회의 가결에 이어 이날 이사회 승인까지 이뤄지면서 ACI 법안은 서명만 남겨두게 됐다. EU 이사회는 “11월 22일 서명이 이뤄질 예정이며 EU 관보 게재날로부터 20일 후에 법안이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염두에 두고 경제적 강압 대응 조치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는 EU만이 아니다. 앞서 G7 정상들은 5월 일본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경제안보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외국의) 경제적 위압에 대응한다”고 강조했다. G7 통상장관들은 그 연장선상으로 이달 28~29일 열리는 통상장관회의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연내 발표하는 경제안보 대처 지침에 관세 인상, 국제 연계, 피해국 지원 방안 등의 내용을 담으려 하고 있다. 중국이 리투아니아 외에도 한국·호주·일본에 관세 인상, 수입 및 관광 금지 등의 보복을 가해왔다는 것이 서방의 시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방의 대응이 세계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릴리 얀 잉 아세안 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선임고문은 전날 재팬타임스 기고문에서 경제적 강압에 대한 EU의 정의는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제3국이 다른 국가에 어떤 행위를 강제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호성은 G7뿐 아니라 전 세계 정부들이 (경제적 강압의 개념을) 보호주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고 이는 생산 비용과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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