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남부로 대피했는데…다시 돌아가는 가자 북부 주민들

노정연 기자 2023. 10.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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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주민들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공습 이후 피신하고 있다. EPA

이스라엘 군의 대피령에 따라 목숨을 걸고 가자지구 남부로 피난을 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열악한 환경에 부딪혀 다시 북부로 되돌아가고 있다. 가자지구 어디에도 안식처는 없는 상황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의 토마스 화이트 국장은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집과 생업 등 모든 것을 버리고 남부로 온 피란민들이 식수와 식량 부족에 못 견뎌 몇몇은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7일째인 지난 13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이동하라고 요구했다. 가자시티 등 하마스의 주요 시설이 많은 북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은 “테러 조직의 공범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이에 수십만의 가자 북부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으나 남부는 처참한 상황에 처해있다. 남부 도시 칸 유니스 인근에는 피난민 60만~70만명이 몰려들며 식수와 식량, 대피소가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다. 화장실 한 칸을 수십명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물은 1인당 300㎖만 배급되는 실정이라고 유엔 관계자와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대피령에 따라 목숨을 걸고 남부까지 피란을 왔지만, 이곳에서의 끔찍한 상황에 못 이겨 차라리 다시 북부로 돌아가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약 220만명)의 약 3분의 2인 140만명이 지난 2주 동안 집을 떠나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주말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식량과 물, 의약품을 실은 트럭 34대가 도착했지만, 유엔은 주민들에게 필요한 연료와 물품을 충족하려면 하루에 수백 대가 더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화이트 국장은 “분쟁 이전 가자지구에는 하루에 약 455대의 트럭이 들어오고 있었다”며 연료와 구호품 공급을 확대하지 않으면 병동 운영을 비롯한 구호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통신

인도주의적 위기와 더불어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격 역시 피란민들을 다시 북부로 돌아가게 하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쪽에 민간인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곳에도 공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권기구(UNHCHR)의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이스라엘 군의 공습이 남부를 포함해 가자 지구 전역에 걸쳐 계속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며 “이스라엘 공습은 극도로 궁핍한 남부 가자의 생활에 겹쳐져 일부 북부 피난민들을 다시 북으로 떠나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이스라엘 방위군은 “하마스 테러리스트가 포함된 터널, 수십 개의 작전 지휘 센터, 군사 기지, 관측소를 포함해 지난 하루 동안 가자지구에서 320개의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어린이 182명을 포함해 436명이 사망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남부에서 사망했다.

칸 유니스에 머물고 있는 한 실향민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스라엘 군)은 칸 유니스가 안전한 지역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가자 전체에 안전한 공간은 없다”고 호소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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