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美 장기채와 달러, 고금리 사이클 종료 서막?

김소연 기자 2023. 10.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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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 장기국채 금리와 달러 환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심리적 기준점으로 꼽히는 5%를 넘어선 것에 대해 고점 인식을 보였다. 여기에 전날 미국 구루(GURU, 투자의 대가)들이 미국 장기채 금리가 고점이라는 의견을 보태며 고금리 사이클이 서서히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국내 증시를 짓눌러왔던 최대 악재가 가시면 올 연말 산타랠리도 기대해볼 수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6.49포인트(1.12%) 상승한 2383.51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일대비 10.6원 내린 1343.1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 가장 큰 먹구름을 드리웠던 미국 고금리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이 제기될 것이라는 희망이 비치면서 증시가 반등했다.

간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를 넘었다가 막판 4.8%대로 급락해 마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국 경기 진단과 예측에도 주요하게 쓰이는 지표다. 이에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도 뉴욕증시 마감 즈음 105.60으로 전장대비 0.52% 하락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꺾인 것은 미국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만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 발언이 단초가 됐다. 그는 8월초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일때부터 숏(하락이 예상될 때 미리 빌려 팔아 수익을 얻는 전략) 전략을 써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금리가 5%를 돌파하자 채권 숏을 모두 청산했다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밝혔다. 빌 애크만은 "장기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기에 세계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너무 많아보인다"며 "경제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빌 그로스./사진=블룸버그

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도 같은 날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지속하는 것은 어제의 주문(mantra)에 불과하다"고 SNS에 밝혔다.

이들 발언이 단순 가격대 부담이 아닌, 경기 펀더멘털 변화 가능성에 기반해 나온 것임을 감안할 때 고금리 사이클이 서서히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이들을 추종하는 투자전략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빌 애크먼을 추종하는 자금들이 숏 커버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의 상승 압력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내 비둘기파 인사들도 최근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을 언급했다. 심지어 매파로 분류되는 로리 로건 댈러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까지도 "최근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마스의 잇따른 인질 석방 소식, 외교적 해법 마련 기대 등으로 중동발 리스크도 악재로서의 영향력을 줄이는 모양새다. 유일한 변수는 국내 기준금리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가계부채 속도가 가속화될 경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인데, 이 역시 국내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시장은 판단한다.

윤선정 NH선물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1350원을 지속 하회하고, 금통위 당일날 손절성 매도세가 출회됐다가 이후에는 신규 저가 매수세가 증가했다"며 채권 가격의 하단 지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증시를 짓눌러온 최대 리스크, 미국 고금리 상황이 진정되고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국내 증시도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형주와 가치주에 주목하라고 입을 모은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마지막 금리인상 이후 금리 동결기에 가치주와 대형주가 강세를 보였다"며 "높아진 금리는 이자비용 등으로 성장주에 상대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치주가 강하고, 4분기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대형주가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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