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가 아니라 장애인학대입니다!" '버려진 쇼다운 국대'아픔에 목 멘 김예지 의원[2023문체위 국감현장]

전영지 2023. 10.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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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현아 전 쇼다운 국가대표 선수에게 장애인 선수 인권침해 관련 사례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쇼다운'은 탁구와 비슷한 시각장애인 경기다. 2023.10.24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감장에 나온 시각장애인 선수<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단순한 인권침해가 아닙니다. 장애인 학대입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쇼다운' 시각장애 국가대표들이 국제대회 현장에서 명백한 인권 침해를 당했음에도 조사도, 사과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개탄했다.

김 의원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국민체육공단 등 체육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선수들이 인권침해를 당해도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 해결을 위한 조속한 조치 또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지난 8월18~27일 영국 버밍엄에서 개최된 2023년 국제시각장애인협회(IBSA) 월드게임에 출전한 쇼다운 남녀 국가대표들이 감독, 코치 등 코칭스태프로부터 폭언과 학대를 당했다며 진정을 접수했고, 스포츠윤리센터가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2023년 쇼다운 국가대표. 스포츠조선 DB
시각장애인 스포츠 '쇼다운'은 얼핏 오락실 '에어하키'를 연상시킨다. 직사각형 테이블 양쪽에서 두 선수가 고글을 쓰고 나무배트를 든 채 구슬이 든 공을 치고 받으며 상대 '골 포켓'에 공을 집어넣는 게임이다. 3전2선승제, 11점제. 공이 포켓에 들어가면 2점, 파울시엔 상대가 1점을 가져간다. 지난 3월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은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으로 합숙훈련과 대회 출전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었다. 지난해 11월 우리동작센터 출신 국가대표 이종경이 스위스 취리히오픈에서 한국 쇼다운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내며 시각장애인 스포츠계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황. 하지만 이들이 꿈꿨던 첫 세계선수권은 쓰라린 상처로 남았다. 이들은 비장애인 코치진으로부터 제대로 된 코칭도, 안내도 받지 못했고, 언어적 폭력, 정서적 학대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장에 시각장애 국가대표 A선수와 B코치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함께 국가대표로 나섰던 선수 2명도 방청석에 동행했다. A선수는 폭언과 학대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김예지 의원은 "장애복지법이 명시한 '장애학대'는 신체, 정신. 정서. 유기, 방임을 모두 다루고 있다"면서 "경기 당일날 선수가 주변에 물어봐서 겨우 경기에 참석했다고 하는 일이 있었다. 이건 방임이자 유기"라고 말했다.

김예지 의원.

A선수는 "경기 시작 전 대기하다 들어가는데 감독이 '잠깐만' 하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경기 끝날 때가 다 됐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경기 직전 코치가 들어왔다.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었다"고 말했다. "버려졌다, 방치됐다는 생각에 대회를 그만두고 항공기로 집에 돌아가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 받고 그분들의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고 보고싶지도 않았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 역시 목이 메었다. "시각장애인이 아니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이지도 않고, 말도 안통하는 외국, 국제대회 현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유기됐다"고 했다. "67명의 선수단 중 선수는 24명이고 나머지는 지원 인력, 코치 감독이다. 그런데도 버려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대회 마지막 이틀간도 유기 방임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나홀로 선수단을 지원한 B코치가 "감독님이 잘못하셨다. 돌아가서 협회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 "9월 대회, 11월 전국체전 심판 배정에서도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국감장에 나선 B코치는 2015년 이후 국제심판으로 활약하며 거의 모든 대회에 나서온 베테랑. 그는 "한국에 돌아온 후 심판 배정에서 배제됐다. 11월 전국체전에선 심판안내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스포츠윤리센터가 규정한 인권침해 11개 유형 중 8개나 해당하고, 특히 장애인선수에 대한 유기 및 방임은 장애인복지법 2조3항(장애인학대란 장애인에 대하여 신체적ㆍ정신적ㆍ정서적ㆍ언어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의 '유기 또는 방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선수가 국제대회 경기 당일 유기됐다. 직무유기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단순한 인권침해가 아니다. 장애인 학대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김 의원은 "쇼다운 선수들은 스포츠윤리센터에도 제소를 했다. 하지만 조사가 굉장히 늦게 시작됐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심판을 보는 대회에 나가야 했고, 문제를 제기한 코치는 심판 배정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황종하 스포츠윤리센터 사무국장은 "관계자 수가 많았고 접수된 피해 건수만 10건이 넘어 (늦어졌다).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가중인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을 대신해 국감장에 출석한 양충연 사무총장에게 "내년에 또 국가대표선발전에 나설 선수들이 방청객으로 와 있다. 이들이 용서를 강요받고,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 감독과 코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안되도록 잘 살펴달라. 대한장애인체육에서 끝까지 잘 챙겨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에선 영국 버밍엄 월드게임 예산 등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했다. "선수단 67명 중 장애인 선수가 24명이고 지원인력 등 기타 인력인데 예산집행 5억원 중 선수들을 위한 예산은 식비와 숙박비만 책정됐다"면서 "정말 이상한 것은 한국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회장의 직무수행비를 2년간 1억 1600만원을 썼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준 것이라고 말을 하는데 장애인 스포츠 가맹단체 중 정기적으로 회장 직무수행비나 판공비를 지원받는 곳은 한국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이 유일하다"면서 "특히 충격적인 것은 개인통장에 입금하고 있다. 괜찮은 것인가"라고 대한장애인체육회 양충연 사무총장에게 질의했다. 양 총장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직책 수행경비에 대해서는 체크카드를 이용해 집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지침 위반을 확인하고, 합당한 처분과 개선 조치를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양 총장은 "그렇게 하겠다.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감 현장에서 만난 B코치는 "쇼다운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대단히 특별한 국가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출전하는 국가이고 매년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도 크다. 그런데 정작 우리 선수들은 식사 안내도, 통역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당뇨가 지병인 선수가 방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 아팠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용기를 내 국감장에 나선 선수들은 "선수들을 이렇게 대해선 안된다는 걸 아셨으면 한다. 내년, 내후년에도 쇼다운은 계속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선 안된다는 생각에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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