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 알고리즘이 키운 위험…배달라이더 33% ‘최근 1년 사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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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라이더가 4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배달 노동자가 처한 장시간 노동과 산재 위험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4일 배달플랫폼노조와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소는 배달 라이더 1030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이들의 평균 노동 시간은 주 54시간으로 1주일 평균 5.7일 일한 걸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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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4시간, 하루 평균 수입은 14만원. 시급으로는 일만원 정도됩니다. 여기에 기름값, 오토바이 유지비, 비싼 보험료를 빼면 최저임금도 나오지 않습니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지역 가입자로 내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고(특수고용노동자)라 대출도 되지 않지요.”(대구 배달플랫폼 라이더 김용석씨)
배달 플랫폼 라이더가 4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배달 노동자가 처한 장시간 노동과 산재 위험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4일 배달플랫폼노조와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소는 배달 라이더 1030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이들의 평균 노동 시간은 주 54시간으로 1주일 평균 5.7일 일한 걸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의 희망근로시간은 평균 주 45시간으로 실제 근로시간과 9시간 차이가 있다. 실태조사는 전국 음식배달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난 7월24일부터 한달간 온라인 조사로 이뤄졌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배달 라이더의 주간 배달 건수는 161건으로, 주간 총 수입은 82만원이었다. 오토바이구매 할부금, 보험료 등 평균 경비(74만원)를 뺀 순소득은 월 284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액 본인부담의 지역가입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고려하면 처분 가능 소득은 약 250만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더들은 산재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 중 33.2%는 최근 1년간 오토바이 사고 경험이 있다고 했다. 20~30대보다 50대(55.1%)와 40대(40.2%)의 사고 경험이 두 배가까웠고, 사고 경험 비율은 배달 경력과도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로부터 안전모 등 안전장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0.7%였다.
잦은 사고 경험의 배경에는 산업재해 위험을 조장하는 플랫폼 알고리즘이 있는 걸로 보인다. 태풍, 폭설, 폭염이 있는 날 위험근무에 대해 ‘(플랫폼에) 미션, 프로모션이 걸려있어 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응답이 48.2%,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일한다’가 14.1%였다. 62%는 위험근무 환경에서도 ‘일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현장 라이더들이 라이더의 노동환경과 수입, 안전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알권리 문제를 지적하는 배경이다. 서울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김문성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배달노동자는 겉으로 자유로운 노동인것처럼 보이지만 배차 알고리즘에 노동 형태를 맞춰 나가지 않으면 생계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노동조건을 결정짓는 주요 기준인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중요한 경영 정보라며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알고리즘 전면 공개가 어렵더라도, 기본적 운영원칙을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공개 수준에 대해서는 노사간 협의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배달 노동자가) 노조법상 근로자로는 인정받고 있는 현실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수수료를 포함한 근무환경 개선 노력을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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