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피바다, 런던도 무너졌다…‘두 전쟁’ 유탄맞은 미술경매
‘사치의 정점’ 미술시장 빠르게 냉각
10월초 소더비 홍콩 성적표 ‘반토막’
유명작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손절도
20주년 프리즈 런던도 판매량 20%↓
런던 프리즈 위크가 열린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술 시장을 우려하는 보도가 나왔다. 기대를 모은 10월의 홍콩과 런던 경매가 나란히 저조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미술시장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두 개의 전쟁’의 포화가 컬렉터의 지갑을 닫게 하며 ‘더블딥(Double dip)’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앞선 10월 5일 소더비 홍콩에서 열린 상하이 롱뮤지엄 설립자 류이천(刘益谦)과 왕웨이(王薇) 부부 컬렉션 경매는 40점이 출품되어 10점이 유찰됐다. 총 판매액 6950만 달러(940억원·이하 판매 수수료 포함)는 추정가 9550만~1억3550만 달러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대표작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초상화 ‘폴레트 주르뎅’은 2015년 낙찰가인 4280만 달러(579억원)보다 낮은 3500만 달러(473억원)에 팔려 체면을 구겼다. 공교롭게도 모딜리아니의 ‘나부’를 1억7000만 달러에 사며 유명인사가 된 그가 모딜리아니를 ‘손절매’하게 된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 불경기에도 2021년 수준의 판매를 이어가던 홍콩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출품작 3분의1 이상이 5년내 구입된 초현대미술 위주의 작품들인 것도 영향을 줬고,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이유로 꼽았다. 심지어 주요작 중에도 자오우키,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유찰 행진으로 “피바다 같다”“끔찍하다”라는 말이 경매장에서 흘러나왔다.
12일 소더비 런던 이브닝 경매는 판매가 2440만 파운드(401억원)에 그쳐 목표치인 3990만 파운드를 밑돌았고,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86년작 추상화의 판매에도 실패했다.
13일 필립스 런던 경매는 1830만 파운드(301억원)어치 작품을 팔았다. 루치오 폰타나, 뱅크시 등 최고가 작품 10점 중 9점이 추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다. 아니쉬 카푸어는 2014년 구매가의 반토막에 팔리기도 했다.
미술 고문 웬디 골드스미스가 가치가 떨어진 파운드 환율의 장점을 들며 “미국인과 미국 달러를 들고 온 이들에게 런던은 바겐세일 중”이라고 말했음에도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13일 크리스티 런던에서 열린 20세기/21세기 이브닝 경매는 53점이 출품되어 추정가에 부합하는 4470만 파운드(736억원)의 판매고와 낙찰률 88% 기록하며 그나마 선방했다. 키스 반 동겐의 1918년작 ‘La Quiétude’는 1080만 파운드(178억원)에 추정가의 3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렸다. 장미셸 바스키아의 ‘Future Sciences Versus the Man’(1982년) 1040만 파운드(171억원)에 팔려 체면을 세웠다. 피터 도이그의 ‘House of Pictures’는 2018년 910만 달러에 산 구매자가 740만 달러(100억원)에 되팔아 손해를 입었다. 초현대미술 스타작가인 마리아 베리요와 자데 파도주티미는 경매에서 출품이 취소되며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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