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성범죄자', 거주지 제 마음대로 못 정한다

최기철 2023. 10. 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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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예고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거주 제한"
"기소시 원칙적으로 '약물치료' 대상 판단"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조두순·김근식·박병화 등 아동대상 성범죄범들 출소시 그 거주지를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제한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24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오는 26일자로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한 장관은 이날 정부 경기 과천 법무부 브리핑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과 성충동 약물치료 확대로,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반복됐던 거주지 논란을 줄이고 국민들을 성범죄로부터 더욱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동 상대·상습범'으로 징역 10년 이상

이날 발표된 '한국형 제시카법'이 적용되는 '고위험 성범죄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반복적 성폭력범죄를 저지르는 등 재범위험성이 높은 약탈적 성폭력범죄자'들이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거나 3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가운데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자들이 직접 대상이다.

검사가 출소 전 또는 전자감독 집행 중인 고위험 성범죄자가 거주지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정 기간을 정해 청구하면 법원이 심리해 '거주지 제한명령'을 부과한다. 검사는 거주제 제한 명령 청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관찰소장에게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고위험 성범죄자'이 출소할 경우 재범 위험성이 높아도 거주지를 따로 제한하는 법이 없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고향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뒤 고향으로 돌아갈 경우 오히려 피해자가 이사를 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 2020년 12월 '조두순 출소'가 대표 적이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이 2020년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위험 성범죄자', 매년 60명씩 출소

한 해 앞서 2019년 3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조두순법'은 보호관찰관이 '고위험 성범죄자'를 일대일로 전담케 하고, 거주지를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 선택까지 제한하지는 않아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지속됐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현재 '고위험 성범죄자'는 325명으로, 2023년에는 69명이 출소하고 2024년과 2015년에는 각각 59명씩 출소를 앞두고 있다.

당초 법무부는 유치원·학교 등 일정 시설로부터 '거리 기준'을 둬 거주제한을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그러나 국토가 좁고 수도권 인구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 현실상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도 거주 지역이 부족해져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해 재범 위험성이 증가됐다.

한 장관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고위험 성범죄자들을 그 외 지역으로 내몰게 되면 치안영역에서 지역격차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며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거주지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입법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하고 출소를 앞둔 김근식의 거주지로 경기 의정부시가 결정되면서 2022년 10월16일 의정부시민들이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 모여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도착증 약물치료 청구도 원칙 사항

법안은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거주지 제한과 함께 검사가 기소시 전문의 감정을 거쳐 성도착증 환자로 판정될 경우 약물치료 명령을 법원에 청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검사의 재량이었다. '한국형 제시카법'에 따르면, 성충동 약물치료 여부는 출소시 거주지 제한명령 여부를 결정할 때도 참작 사유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 성충동약물치료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집행된 75명 중 재범자는 단 1명(1.3%)에 불과하다. 반면, 약물치료 청구가 기각된 자 중 10%가 2년 내 재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형 제시카법'은 미국의 제시카법이 모티브다. 미국은 '제시카법'을 통해 39개 주에서 아동성범죄자 출소 후 학교 등 시설로부터 1000~2000피트 이내 거주를 제한하는 한편, 연방 및 주 형법에서 보호관찰 준수사항으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특정 장소로 지정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법률안을 마련한 뒤, 입법절차를 거쳐 신속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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