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를 이을 선수" 양의지가 직접 인정한 후계자, 이승엽-김태균의 대기록 넘본다
NC는 23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2차전에서 SSG에 7-3으로 승리했다.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장면은 8회초 터진 김형준의 홈런이었다. 4이닝 무실점 호투를 보여주던 문승원을 상대로 8구째 체인지업을 때려 좌중간 담장을 크게 넘겼다. 7회까지 NC가 4-3으로 리드하며 접전이 펼쳐지고 있었으나, 이 한 방으로 승부의 추는 완전히 NC로 기울었다.
경기 후 강인권 NC 감독은 승리를 확신한 장면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8회 김형준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고 답했고, 김원형 SSG 감독은 "8회 3실점만 아니었다면..."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혀를 내두른, 그야말로 뜨거운 타격감이다. 시리즈 직전 인천에서 만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동료' 박성한(25·SSG)은 "(김)형준이가 항저우에 다녀오더니 타격에 눈을 뜬 것 같다"고 경계했었다. 박건우는 한술 더 떠 후배를 추켜세우길 주저하지 않았다. 5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로 자신이 2차전 MVP가 됐음에도 "(김)형준이는 정말 대단하다. 나는 문승원 선수 체인지업을 노리고 쳐도 외야 플라이였는데 형준이가 치는 것을 보니 클래스가 달랐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박건우는 "(NC에 왔을 때) 의지 형이 (나중에 상무서 돌아오면) 형준이를 한 번 보라고 했다. 내 뒤를 이을 선수라고 자주 이야기해서 제대하고 뛰는 걸 봤는데 확실히 달랐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들의 말처럼 김형준은 그동안 받던 기대를 올 시즌 현실로 보여주는 중이다. 그는 가동초-세광중-세광고를 졸업해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NC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부터 공격과 수비 모두에 있어 동년배 중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 데뷔 후 양의지라는 KBO리그 최고 포수에 가려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나, 백업으로 김형준이 있는 NC 안방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올해 크고 작은 부상과 대표팀 합류 전까지 20경기 타율 0.250, 5홈런 10타점, OPS 0.898이란 작은 표본에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 KBO 구단 관계자가 "부상만 아니라면 아시안게임 주전 포수는 김형준이 확실하다"고 말할 정도로 동년배에서 그를 따라올 기량과 경험을 가진 포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5경기 타율 0.167(18타수 3안타) OPS 0.378로 기대만큼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안정적인 수비로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면서 한국의 금메달 수확 및 아시안게임 4연패를 이끌었다.
대표팀서 보여주지 못한 공격력은 소속팀에서 극단적인 형태로 발현됐다.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한 경기 멀티 홈런을 때린 데 이어 이날(23일)은 쐐기포로 SSG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현재 김형준은 포스트시즌 3경기 3홈런을 기록 중인데 이는 만 24세 이하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공동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1999년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2006년 김태균(한화 이글스)의 4개로 앞으로 두 개만 더 추가하면 KBO 전설들이 어린 시절 세운 대기록을 넘볼 수 있다.
김형준은 "전 타석에서 번트에 실패해 팀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 뒤에 중요한 홈런을 치게 돼 기뻤다"며 "항저우 때는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여서 NC에 돌아와 코치님과 밸런스를 잡기 위해 수정해 괜찮아졌다. 덕분에 포스트시즌에서 3개의 홈런을 치게 돼 기분 좋다. 확실히 국제대회에서 긴장감을 느끼며 뛴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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