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머크' 품은 대전 … 세계적 바이오 허브 도시로

조한필 기자(jhp@mk.co.kr) 2023. 10. 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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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공정시설
상반기 둔곡지구 유치 성공
30개 바이오기업과 협업해
글로벌 기술 수출 활성화
市, 2026년까지 2010억 투자
바이오헬스 혁신 기반 조성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대전시

대전광역시는 지난 5월 글로벌 제약회사인 독일 머크사의 아시아·태평양 바이오 공정 시설 유치에 성공했다.

1668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머크사는 협약에 따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자 외국인투자지역인 유성구 둔곡지구에 4만3000여 ㎡(약 1만3000평)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생산시설을 짓는다. 이르면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6년 가동될 전망이다. 연말 머크사 이사회에서 투자 안건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선 투자 규모가 5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봤다. 아시아 17개 나라 도시가 후보에 올랐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약' 바이오 분야 거점으로 대전을 낙점한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태동지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바이오기업이 집적돼 있다"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대전은 보스턴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바이오 도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도 통하는 대전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사실 바이오 분야에서 대전의 입지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올해 50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과학기술 요람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개발(R&D) 성과가 축적된 결과다. 대전은 '과학 도시'답게 카이스트, 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 출연연 26곳, 민간 연구기관 45곳, 연구소 기업 404곳 등에서 2만9000여 명의 석·박사 연구 인력이 모여 있어 융복합 연구가 가능하다. 19개 대학에선 해마다 2000여 명의 바이오 전문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1호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니아(1992년)를 비롯해 307개 바이오기업이 대전을 기반으로 탄생했고 성장 중이다. 코스닥 상장 스타 벤처는 23곳을 배출했다. 대덕 바이오기업들은 기술이전 수출액이 2020년 6조1871억원(50%), 2021년 2조7550억원(26%)을 차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민간·정부연구소 출신들, 즉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하는 스핀오프형 창업은 대전 바이오기업만의 차별된 장점이고 독특한 성공 모델"이라며 "서울에 있다가 대전에 와서 창업한 연구자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도시와 달리 대기업 중심이 아닌 바이오기업 간 자생적 네트워크로 구축됐다는 것이다.

맹 회장은 대전이 바이오클러스터로서 충분한 강점이 있다고 봤다. "바이오산업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외 바이어와 딜(거래)을 하고 수출도 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후보물질을 찾고 전임상, 임상 1·2·3상 시험,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판매 네트워크 구축 등 결정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특허 취득, 투자 결정, 임상 병원·의사 선정 등등 예민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 좋은 일이 많다. 그래서 바이오는 모여서 하면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성과도 좋다. 대전은 20년 이상 경력의 선배 기업인이 후배들에게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는 멘토링이 이뤄지는, 국내에선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곳이다. 대덕의 진단키트 제조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후 발 빠르게 대응해 대박을 터트린 것은 오픈이노베이션에 기반한 협업 여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민간 바이오 커뮤니티인 바이오헬스케어협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곳도 대전이다. 272명이 카톡방에서 수시로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멘토링은 물론 130개 회원사끼리 초기 스타트업 펀딩까지 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대전시는 머크사 유치를 계기로 대전 바이오의 세계화에 적극 나선다. 머크사를 앵커기업으로 삼아 대전을 바이오 도시로 확실히 브랜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바이오 인재 육성과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과학벨트 거점지구인 신동·둔곡지구와 대전하수처리장 용지를 전초기지로 점찍었다.

신동·둔곡지구는 이미 30여 개 바이오헬스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거나 입주하고 있다. 머크가 공장을 짓고 안착하면 많은 관련 협력기업이 따라올 가능성이 높아 기대감이 크다.

원촌동 대전하수처리장 용지(12만2000평)에는 '첨단 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가 들어선다. 사업비 4515억원을 투자해 연구에서 스케일업까지 가능하고 직·주·락(職住樂)도 누릴 수 있는 초일류 첨단 바이오클러스터로 탈바꿈한다. 2029년 사업이 마무리되면 300개 기업이 들어서고 3만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이 시장은 "원촌동 개발을 통해 투자 유치 3조원을 이끌어내고 머크사와 같은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전시는 2026년까지 2010억원을 들여 인력 양성·글로벌 가속화 등 바이오헬스 활성화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면서 "바이오 창업기업에 투자할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인 대전투자금융주식회사는 내년 6월까지 출범시키고 '보스턴 랩센트럴'의 한국형 모델인 대전바이오창업원(D-BioLab)은 451억원을 들여 2026년부터 바이오창업의 혁신 거점으로 본격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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