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600만원 이상 못줘" 월계동신, 철거 눈앞인데 공사비 분쟁

신유진 기자 2023. 10. 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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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록]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10월13일 서울 노원구 436 일대에 위치한 월계동신아파트를 찾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건 것으로 보이는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재건축 훈풍을 타고 서울 노원구 노후단지들이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이하 '월계동신아파트')는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를 밟고 있어 조합원 이주와 철거, 착공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협상 매듭을 짓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0월13일 서울 노원구 436 일대에 위치한 월계동신아파트를 방문하자 정문에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이 건 것으로 보이는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현수막엔 '월계동신의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기원합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아파트 일대는 낮은 층수의 빌라들이 밀집해 있어 월계동신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우뚝 솟아 보였다. 이 단지는 1983년에 지어져 41년차를 맞았다. 최고 12층 7개동 864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25층 14개동 1070가구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2800억원이다.

단지 내부를 둘러보자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외벽 페인트칠이 상당 부분 벗겨지고 갈라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내기도 했는데, 조합 내부의 대립과 갈등 상황으로 보이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단지 내 곳곳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월계동신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 명의로 걸어놓은 '경축 관리처분계획인가 완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걸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임기 만료 조합 임원 선출 선거를 실시하라' '임시 조합 해임 총회' 등의 문구까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재건축 사업 진행이 더뎌지면서 주민들은 답답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공사비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는데, 여기에 조합 집행부의 일처리 문제를 놓고 일부 조합원이 불만을 품으면서 해임하려는 분위기에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3.3㎡당 공사비, HDC현대산업개발 "657만원" vs 조합 "597만원"


단지 내에는 다양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진의 현수막은 비대위가 걸어놓았다./사진=신유진 기자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비 협상 문제로 22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2022년 최초 합의된 공사비는 3.3㎡당 540만원이었다. 공사비 문제가 불거진 건 올해 2월 말로,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사도급 변경계약을 요청했고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을 반영해 3.3㎡당 공사비 695만원을 제시했다. 이후 협상에 진전이 없자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시 28만원 감액한 3.3㎡당 667만원을 제안했다. 조합은 곧바로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추가 감액을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양측의 공사비 협상 내용은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0월17일 다시 10만원 내린 3.3㎡당 공사비 657만원을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이 현재 주장하는 공사비는 3.3㎡당 597만원이다.



기사회생 HDC현대산업개발 "500만원대는 비현실적"


해당 단지는 지난해 2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한 달 전인 1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 외벽 붕괴사고 발생한 직후였음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 92.4%의 지지를 받았다. 조합원들의 전폭 지지를 받은 이유는 ▲특화설계 ▲미분양 시 100% 대물변제 ▲자사 시행사업 광운대 역세권과 브리지 연결 ▲안전 결함 30년 보증 등 파격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계동신아파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제안으로 풀빌라와 게스트하우스 등 강북권에서 흔치 않은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적용한 특화설계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해당 설계 자체가 구청과의 협의를 넘지 못한 상태다. 건설업계 안팎으로 "남는 것이 하나 없는 조건"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불매 여론이 형성되자 위기에 봉착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를 타개할 방책으로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제시했다는 추측이다.

평일 낮임에도 주차장엔 차들로 빼곡하다. /사진=신유진 기자

조합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조건 중에 '추가 부담금 없는 확정 공사비'가 시공사 선정의 가장 큰 이유였다"며 "선정 당시 부실시공 이미지로 부정 여론도 있었지만 신뢰하고 뽑았는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꼴"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공사비 문제뿐 아니라 기존 조건을 변경 없이 진행해달라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추후 물가 상승률과 특화설계로 인한 공사비 증액 없음'의 내용을 담은 문구를 명확히 확정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과 협의해 원만히 해결한다는 의견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공사비의 산출 내역을 근거로 조합과 협의 중"이라며 "공사비뿐 아니라 계약서 문구도 협의할 것이다. 특화설계는 현재까지 변동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월계동신아파트는 1983년에 지어져 41년차를 맞았다. 최고 12층 7개동 864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25층 14개동 1070가구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공사비 문제를 놓고 양측은 협상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조합 측은 3.3㎡당 600만원 이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현재 물가와 인건비 등 시세를 고려해 타협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9월6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도 공사비 문제로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착공 일정도 미뤄졌다. 지난 8월 착공 예정에서 최소 1년 뒤로 밀려났다. 공사비 문제로 사업이 지연될수록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협상이 길어지자 조합 내에서도 내분이 발생하고 있다. 조합은 이달 28일 조합장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공사비 갈등으로 이주와 착공이 지연되자 조합 집행부에 비대위가 반기를 든 것이다. 다만 조합 내에서도 시공사 교체 분위기는 없어 보인다.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황이기에 조합 측은 공사비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길 원하고 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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