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방지에 사활 건 미국, 이스라엘 방어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까

김예슬 기자 2023. 10.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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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 배치, 이미 군사개입 첫걸음 내디딘 것"
전례·여론 고려하면 직접 개입은 힘들 듯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이 이란의 개입을 막기 위해 중동 해역에 파견한 두 번째 항공모함인 USS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가 보인다. 2023.10.1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확대돼 중동 전역을 휩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항공모함과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시스템을 배치한 데 이어 이스라엘 군사 작전 조언을 위한 미군 장교를 파견한 가운데 '자국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No Boots On The Ground)'던 미국이 어디까지 개입할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군사 작전 등에 대한 조언을 위해 군 장교를 파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이 수행하고 있거나 앞으로 수행할 수도 있는 작전에 적합한 경험을 가진 소수(a few)의 관련 군 장교들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지 하루 만인 지난 8일 이탈리아에 있던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를 이스라엘과 가장 가까운 지중해 동부 해상으로 전진 배치한 데 이어 또 다른 핵추진 항모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호를 이곳으로 이동시켰다. 또 지난 21일에는 사드를 배치하고 패트리어트 대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다만 이러한 미국의 대응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중동 무장 세력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 조처에 그칠지, 혹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직접 개입을 꺼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전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였던 마이클 오렌은 항공모함을 이 지역으로 이동시킨 것은 이미 군사 개입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BBC에 "그것을 사용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그런 종류의 무기를 꺼내지 말라"고 전했다.

미 안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의 연구원이자 미 중앙정보국(CIA) 대테러 분석가로 일한 미카엘 디미노는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분쟁에 동참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중동에서 전쟁을 하게 될 가능성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선임 연구원 빌 로지오도 타임지에 "정부는 억제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문제는 항공모함이나 사드를 배치하고 어떤 일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정말 약해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센추리 파운데이션의 선임연구원 타나시스 캄바니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억제 메시지는 효과가 없을 것 같다"며 "억지에 실패할 경우 미국이 이스라엘을 대신해 군사적으로 개입하게 된다"고 적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3.10.2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장 큰 군사 후원자라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미국은 연간 약 38억 달러(약 5조1000억원)의 국방 원조를 제공하고,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데 사용되는 이스라엘 제트기와 탄약 등도 미국산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을 대신해 직접 군사력을 투입한 사례는 거의 없다. BBC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억지 수단으로 자주 사용해 왔다"고 전했다.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선임 연구원이자 해군에 몸담았던 마크 몽고메리는 US뉴스에 "이스라엘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스스로 처리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도 군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뿌리 깊게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미국은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소득 없는 장기전을 펼친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사태에서 직접 개입을 택할 경우 가자지구에서도 발을 빼기 힘들다. 선거에서도 역풍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미국의 전쟁 개입은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입소스가 지난 20일 미국 성인 140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2%로 나타났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편을 들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에 불과했다.

이러한 지지와는 달리 '미국이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미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8%에 그쳤다. 이는 2021년 53%보다 14%포인트(p) 감소한 수치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미국이 장기간 지속되는 분쟁에서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52%에 달했다.

입소스의 크리스 잭슨 수석부사장은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지만, 여전히 '끔찍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미국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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