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성악가’ 김기훈, “웃으며 사이코 연기하면 무섭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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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했던 성대모사가 성악가란 직업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네요."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바리톤 김기훈(32)은 "고교 때까지 텔레비전 보고 성악가 성대모사 하는 게 (음악 공부)의 전부였다"며 웃었다.
"일부러 웃으려는 게 아니라 원래 잘 웃어요. 얼굴이 웃는 상이란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는 "의외로 웃으며 노래하는 성악가가 드물다"며 "좋은 소리, 볼륨이 큰 소리를 내는 데 치중하다 보니 표정이 일그러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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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했던 성대모사가 성악가란 직업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네요.”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바리톤 김기훈(32)은 “고교 때까지 텔레비전 보고 성악가 성대모사 하는 게 (음악 공부)의 전부였다”며 웃었다. 그는 다음 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6일 영국 위그모어홀 데뷔 공연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그에겐 ‘비비시(BBC) 카디프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이란 수식이 붙는다. 2021년 대회에서 그가 노래할 때 심사위원 2명이 눈물을 닦는 장면이 비비시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화제에 올랐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벨벳 바리톤’, ‘롤스로이스 같은 목소리’라고 극찬했다.
전남 곡성에서 자란 그는 클래식을 공부할 환경이 아니었다. “클래식을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죠.” “시간만 축내던 고교생이던” 김기훈은 “가장 잘하는 걸 꼽아봤더니 노래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재능이 가요인지, 클래식인지 몰라 무작정 광주의 성악 학원을 찾아갔지만 “알 수 없다”는 답변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다 교회 성가대 세미나에서 만난 강사에게 성악을 공부해보란 권유를 받았다. 그렇게 연세대 성악과에 입학했고, 각종 콩쿠르를 휩쓸었다.
그는 ‘웃으며 노래하는 성악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일부러 웃으려는 게 아니라 원래 잘 웃어요. 얼굴이 웃는 상이란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는 “의외로 웃으며 노래하는 성악가가 드물다”며 “좋은 소리, 볼륨이 큰 소리를 내는 데 치중하다 보니 표정이 일그러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웃으며 노래하는 가수에게 악역은 어떨까. 최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오페라 공연에서 그에게 악역이 주어졌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천하 악당 스카르피아 역이었다. “웃으면서 사이코 연기하면 무섭지 않나요? 제가 이번에 그랬거든요.” 그는 “이 배역을 오래 꿈꿔왔는데 생각보다 일찍 이뤄졌다”며 웃었다.
이번 리사이틀은 모두 가곡인데, 1부엔 브람스 가곡과 이원주의 ‘연’과 ‘묵향’, 조혜영의 ‘못 잊어’ 로 채운다. 그는 “외국 무대에서 한국 가곡을 자주 부를 생각”이라고 했다. 카디프 콩쿠르 우승 때도 김주원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2부는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1962~2017)가 낸 러시아 가곡 음반 ‘러시아 로망스’ 수록곡들을 그대로 무대에 옮긴다. 그가 좋아하고 흠모했던 성악가다.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2위에 올랐을 땐 ‘제2의 흐보로스토프스키’란 소리도 들었다.
카디프 우승 이후 노래가 나오지 않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잠깐이라도 ‘이 정도면 되지’하고 시건방진 생각을 했을 때 슬럼프가 오더군요.” 그는 “슬럼프 이후에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또 다른 슬럼프가 두렵지는 않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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