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시리즈 최다 15타점 폭발' MVP로 응답한 쿠바산 폭격기, "최악의 야유 그렇게 받고도 하드캐리했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쿠바산 폭격기'는 알고보니 가을야구 체질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아돌리스 가르시아(30)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MVP에 올랐다. 생애 첫 가을야구서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 중이다.
가르시아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ALCS 7차전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4안타 5타점을 퍼부으려 11대4 대승을 이끌었다. 텍사스는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디펜딩챔피언 휴스턴을 잡고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1961년 창단한 텍사스가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10년과 2011년에는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리그 참가 63년 만에 최정상의 자리에 도전할 기회를 다시 얻었다.
텍사스를 AL 챔프로 이끈 주역은 단연 가르시아다. 가르시아는 1회초 코리 시거의 솔로홈런으로 팀이 선취점을 뽑은 가운데 계속된 1사 2루서 좌측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지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첫 타석부터 방망이에 불을 당겼다.
3-1로 앞선 3회에는 선두타자로 나가 풀카운트에서 상대 헌터 브라운의 6구째 96마일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는 솔로포로 넘겨버렸다.
6-2로 앞선 4회에는 1사 2,3루서 좌측으로 적시타를 터뜨리며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이어 승부가 기운 8회초에는 호세 우르퀴디의 초구 78마일 한복판 커브를 통타해 좌중간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승리의 축포를 터뜨렸다.
가르시아가 MVP에 선정되는데 이견은 있을 수 없었다. ESPN은 '지난 이틀 밤 동안 가르시아를 향해 귀가 멍해질 정도로 미닛메이드파크를 가득 울려퍼졌던 야유는 점점 사그라들었고, 250마일 떨어진 알링턴으로터 수 백명의 팬들이 외치는 MVP 연호가 들리는 듯했다'고 전했다.
가르시아는 이번 시리즈에서 휴스턴 팬들로터 가장 큰 야유를 들었던 선수다. 가르시아는 5차전에서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한 3점홈런을 터뜨렸고, 6차전에서는 9회 그랜드슬램을 날리며 시리즈를 3승3패로 몰아가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어 최종 7차전에서는 홈런 2방에 5타점을 쏟아냈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은 경기 후 "이번에 가르시아처럼 그렇게 많은 야유를 받은 선수를 본 적이 없다. 그가 팬들의 야유에 대응하고 팀을 이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엄청난 선수고 대단한 승부욕의 소유자다. 훌륭한 동료이며 우리가 원하는 딱 그런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번 ALCS에서 그는 타율 0.357(28타수 10안타), 5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15타점은 단일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역대 최다 기록이다. ALCS 2차전부터 이날까지 이어간 6경기 연속 타점도 역대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다. 또한 4경기 연속 홈런은 2015년 뉴욕 메츠 다니엘 머피(6경기), 2020년 뉴욕 양키스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2004년 휴스턴의 카를로스 벨트란(이상 연속 5경기)에 이어 포스트시즌 역대 4위에 해당한다.
가르시아는 1993년 쿠바 태생이다. 쿠바 자국 리그에서 뛰던 그는 2016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진출해 1군 4경기에 출전한 뒤 쿠바를 탈출해 미국에 입성, 2017년 2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그가 스타덤에 오른 것은 2019년 12월 텍사스로 옮긴 이후다. 당시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을 영입하면서 40인 로스터에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어 가르시아를 뺐다. 세인트루이스의 지명할당조치(DFA) 후 텍사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가르시아는 이적 첫 시즌인 2020년 단축시즌엔 3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1년 시즌 전까지도 신분이 불안정했다. 마이너리그행과 DFA를 반복하던 그는 2021년 3월 스프링트레이닝에서 타율 0.375, 3홈런, 13타점을 때리며 실력을 인정받아 시즌 개막 후 12일 뒤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승승장구하기 했다.
그는 그해 149경기에서 31홈런을 터뜨리며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2022년 156경기에서 타율 0.250, 27홈런, 101타점을 올린데 이어 올시즌에는 148경기에서 타율 0.245, 39홈런, 107타점, OPS 0.836을 때려내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가르시아의 올시즌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72만달러)보다 조금 많은 74만7760만달러다. 이번에 풀타임 3시즌을 마쳐 비로소 연봉조정자격을 얻게 된 그는 이번 오프시즌서 대폭적인 연봉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 1000만달러도 가능할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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