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원 빌었을까…국내 最古 통일신라 ‘수구다라니’ 첫 공개

도재기 기자 2023. 10. 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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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특별전
닥종이에 쓴 필사본…서지학 등 학술적·역사적 연구 귀중 자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수구다라니인 통일신라시대의 필사본 ‘범자 수구다라니’(梵字隨求陀羅尼, 종이에 먹·채색, 전 경주 남산 출토, 29.7×30.3cm).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통일신라시대의 필사본 ‘한자 수구다라니’(漢字隨求陀羅尼, 종이에 먹·채색, 전 경주 남산 출토, 29.5×30.9cm).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통일신라시대의 닥종이 필사본인 ‘수구다라니(隨求陀羅尼)’가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통일신라시대 종이 재료의 유물은 극히 희귀한데, 이 수구다라니 필사본은 8~9세기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돼 현재 전해지는 수구다라니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필사본 여백에는 연꽃 등 관련 그림도 일부 그려져 있다.

통일신라시대 다른 종이 재료의 유물로는 755년 흰 종이에 먹으로 불경을 베껴 쓰고 또 관련 그림(변상도)을 세밀하게 그려 넣은 사경인 ‘신라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1~10, 44~50’(국보·삼성문화재단 소장)과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이 대표적이다.

통일신라시대인 755년의 필사본이자 경전과 함께 그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변상도가 함께 있는 ‘신라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국보, 삼성문화재단 소장, 왼쪽)과 변상도 일부 모습. 문화재청 제공

수구다라니는 산스크리트어(범어)나 범어의 음차만을 한자로 활용한 진언인 다라니 중에서도 마치 주문처럼 염송하면 즉각 소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다라니로 ‘수구즉득다라니’(隨求卽得陀羅尼)’로도 불린다. 염송 외에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불상이나 탑·무덤에 넣는 방식 등을 통해 민간의 기복 행위로 성행했다. 이에 따라 고려~조선시대 수구다라니 유물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통일신라시대 수구다라니와 수구다라니가 들어 있던 금동제 경합을 첫 공개하는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을 24일 특별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밝혔다.

수구다라니가 들어 있던 통일신라시대의 ‘금동 경합’(金銅經盒, 구리에 금 도금, 전 경주 남산 출토, 6.2×8.8×3.9cm).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전시에 나온 수구다라니는 1919년 일제의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입수한 유물로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있었으나 그 가치를 몰라보다 지난 2020년 한정호 동국대 교수가 학술대회에서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 소개됐다. 이후 중앙박물관과 경주박물관은 관련 조사와 연구, 과학적 보존 처리 과정 등을 거쳐 이번에 유물을 공개했다.

공개되는 수구다라니는 범자 수구다라니(29.7×30.3㎝)와 범자의 음을 그대로 옮긴 한자 수구다라니(29.5×30.9㎝) 두 점이다. 보존처리 이전의 수구다라니는 범자·한자 다라니 두 개가 한 종이에 배접됐으나 조사 과정에서 각각의 수구다라니임이 확인됐다. 또 일부 조각들은 배접 과정에서 잘못 배치됐으며, 유물의 형태도 직사각형이 아니라 정사각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박물관은 특히 “두 다라니의 지질 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만든 닥종이에 쓴 필사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경주박물관의 특별전 포스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전시에는 수구다라니가 들어있던 경합도 나왔다. 구리에 금을 도금(금동)한 금동 경합은 윗면에 보상화 무늬(연꽃을 기반으로 한 상상속 식물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옆면 사방에는 불교 호법신 신장상 등이 있다. 경주박물관 신명희 학예사는 “경합은 8~9세기에 제작된 다른 금동 합·사리기와 제작방식이나 기법 등이 유사해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합 안의 수구다라니도 같은 시기 것으로 국내서 만든 가장 오래된 필사본 수구다라니”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유일한 통일신라시대의 수구다라니로 서지학이나 불교사, 당시 민간 신앙 등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다. 한정호 교수는 이날 “이 수구다라니는 특히 범자·한자의 한 세트로, 중국·일본에도 당시의 세트 유물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며 “학제를 넘나드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또 “한자 수구다라니에 이체자가 많아 문자 연구에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주박물관은 특별전을 계기로 수구다라니의 조사·연구 및 보존처리 과정 등을 통해 다양하게 그 가치를 살펴본 학술조사연구자료집 ‘통일신라 수구다라니’를 발간했다. 또 전시장에는 유물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영상·터치스크린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촉각 그림 등을 준비했다.

함순섭 경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보다 많은 국민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특히 다라니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이어져 고대 불교문화의 진면목을 더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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