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피의 월요일’···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하루새 700명 넘게 사망

선명수 기자 2023. 10. 24. 15: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연일 ‘지상전’ 경고 속 공습
가자지구 보건부, 어린이 등 704명 숨져
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에서 한 여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에 매몰돼 사망한 가족의 손을 잡은 채 오열하고 있다.

전투기의 날카로운 굉음과 폭격으로 인한 섬광이 밤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늘을 밝혔다. 예고 없는 공습에 일부는 잠을 자다가 무너진 건물에 그대로 매몰됐고, 살아남은 이들은 매몰자를 구조하기 위해 맨손으로 흙과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쳤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병원은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환자로 아수라장이 됐다. 의약품 고갈로 상당수 병원에서 마취제와 진통제 없이 수술과 치료가 이뤄졌다.

연일 대대적인 ‘지상전’을 경고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어린이 305명을 포함해 704명이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피비린내 나는 날이었다.

전날 어린이 182명을 포함해 436명이 사망하면서 개전 이래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기록을 하루만에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이를 더하면 불과 이틀 만에 11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

사망자 중 상당수는 이스라엘군이 대피하라고 명령한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에게 남쪽으로 대피를 명령하며 북부에 남아 있을 경우 ‘테러조직 동조자’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320개의 ‘테러 표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최대 규모 병원인 알시파 병원 관계자는 “사전 경고 없이 주거지를 겨냥한 공격이 이뤄져 밤새 수많은 부상자가 이송됐고 상당수는 이미 숨진 채로 병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5000여 명으로, 이는 평소 수용 인원 700명의 7배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 7일 전쟁 발발 후 숨진 가자지구 주민은 24일 기준 5800명에 육박했다. 사망자 5791명 가운데 약 40%(2360명)는 어린이였다.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 이송된 환자들이 병상 부족으로 바닥에 누워 있다. AP연합뉴스

가자지구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은 이틀 안에 가자지구 내 연료 비축량이 모두 고갈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병원이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이미 가자지구에서는 연료 고갈, 이스라엘 공습 등으로 인해 병원 12곳과 의료센터 32곳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현지 보건부는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이 이집트 접경 라파검문소를 통해 제한적으로 반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연료는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를 가로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연료 반입을 막고 있다.

라파검문소를 통해 일부 의약품 반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연일 폭격으로 부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의약품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레오 캔스 국경없는의사회 예루살렘 지부장은 CNN에 “(의료진이) 적절한 용량의 마취제 없이 외과 수술을 하고 있다”며 의약품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부상자가 가운데 어린이가 많지만 어제 전신의 60%에 화상을 입은 10세 아이도 진통제를 투여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수술을 진행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향한 공습도 늘어나고 있다. 23일 팔레스타인 당국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후 서안지구에서 최소 9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된 주민도 1400명이 넘는다. 2만 명 이상의 주민이 밀집해 있는 제닌 난민 캠프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대비해 높은 바리케이드를 세우는 등 외부의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팔레스타인 문제 수석 분석가인 타하니 무스타파는 워싱턴포스트(WP)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별개로 최근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탄압에 대응하는 무장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이스라엘의 목적이 이들의 저항을 선제적으로 막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는 오히려 어린 청소년들을 급진화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