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문' 이혁래 감독, "VHS 덕에 많은 영화 본 1990년대, 축복이었다" [인터뷰③]
10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의 감독 이혁래는 1990년대 당시의 VHS로 영화를 보던 것이 축복이라고 말했다.
이혁래 감독은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였던 ‘노란문 영화 연구소’의 회원들이 30년 만에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이혁래 감독은 영화 '붕붕거리는 오후'(1996), '미싱타는 여자들'(2022)을 연출한 바 있다.
동아리 노란문의 멤버이자 연출을 맡은 이혁래 감독은 송년회에서 봉준호 감독의 첫 연출작인 단편 애니메이션 'Looking For Paradise'를 봤던 소감을 언급하며,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혁래 감독은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다. 추억 보정이 들어간 것인지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이 창피해서 다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 30년 동안 그 영화를 기억했던 것 같다. 기억과 차이가 나는 것도 있더라. 신기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속에는 노란문 멤버가 아닌 배우 김혜자, 안내상, 우현, 주성철 편집장이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한다. 우현, 안내상 배우의 출연에 관해 "(캐스팅에 관해선) 우연히 노란문에 맞은편에 살고 있는 김혜자 선생님을 섭외했다. 안내상, 우현 배우는 다른 분들보다는 노란문과 관계가 깊다. 노란문 소장이던 최종태 감독과 절친이었다. 최종태 감독이 연세대학교를 다닐 때, 우현과 안내상 배우가 그분의 연출작에 출연했다. 노란문 모임에는 종종 찾아오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 'Looking For Paradise'를 보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함께 그 자리에서 영화를 봤다. 이후, 우현 배우는 '백색인'(1994)에 투자하고 안내상 배우는 처음으로 필름에 기록된 연기를 했다. 우현 배우가 그 당시에 자금을 지원해주기도 하신 중요한 분이라서 외부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DVD를 굽는 장면부터 어렵게 자료를 구하는 순간까지 긴 호흡으로 묘사된 '노란문'. 이는 현재 쉬이 영화 자료를 구할 수 있는 상황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그 때문에 1990년대의 세대를 일면 '시네필'이라고 부르는 이유 역시 그와 결부되어 있다. 이혁래 감독은 "영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그 시기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잡고 싶었다. VHS는 약간 아쉽고 부족한 매체였다. 하지만 VHS 덕분에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다. 지금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나 집에서 보는 것이 차이가 없지만, 90년대 초반에는 천지 차이였다. 우리는 바로 출시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가져온 것을 1~3카피를 해서 그런 화질로 영화를 봤다"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통과해온, 어쩌면 그립고 낭만이 가득했던 1990년대를 어떤 시대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이혁래 감독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지금만큼이나 큰 변화가 있던 시기이자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던 시기다. 외국 음원도 공식적으로 발매되고, 못 봤던 영화들도 볼 수 있고, 해외여행도 자유화가 되고. 혼란스러웠지만 같이 즐거움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 행운이었다. 그때 짧았던 희열을 노란문이라는 영화로 만든 거다. 지금 젊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지만 무언가 좋아하는 마음들을 공유하고, 시간이 지난 이후에 만남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꾹꾹 눌러 담아온 마음을 펼쳐놨다.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오는 10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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