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적 노화 연구 권위자 “아무 비타민이나 먹어선 효과 없어…몸에 맞는 영양제 찾아야”
노화는 질병… 노화 극복 위한 연구 늘려야
약보다 건강한 생활습관부터… 칼로리 제한보단 단식이 좋아
노화를 막고 오랫동안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건 인류 공통의 관심사다. 중국의 진시황부터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들의 관심사 역시 늙지 않는 삶이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인류가 달에 발을 딛는 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노화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위생의 개선으로 평균 수명은 늘고 있지만, 노화를 정복했다고 하기엔 거리가 멀다. 과연 언제쯤 인류는 노화라는 오랜 숙제를 풀 수 있을까.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세계 최고의 노화 연구 석학인 브라이언 케네디 싱가포르 국립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케네디 교수는 미국의 노화 전문 연구소인 벅 인스티튜트(Buck Institute)를 이끌던 노화 연구의 전문가다. 벅 인스티튜트를 나온 이후에도 싱가포르 국립대를 중심으로 노화 관련 연구 그룹을 이끌고 있다.
“노화는 질병인가?”
케네디 교수에게 던진 첫 질문이다. 노화가 질병이라면 다른 질병처럼 치료법이나 치료약도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가 아직 찾지 못했을 뿐 언젠가는 정복할 수 있는 질병이냐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케네디 교수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그는 “노화를 질병으로 볼 수도 있고 리스크 팩터로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노화로 인해 우리의 몸에 질병이 생긴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나 몸의 변화는 다르겠지만, 몸의 균형을 잃게 만드는 계기가 노화라는 건 똑같다는 이야기였다.
노화가 질병이라면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도 빛을 볼 가능성이 있다. 케네디 교수 역시 노화를 정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나열하며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낸다면 노인들을 케어하는데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화세포를 재생하려는 몇몇 연구들을 언급하며 이런 연구들에 각국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IST가 인류 난제에 도전하기 위해 출범한 그랜드 챌린지 사업에도 노화 연구가 들어 있다. KIST 연구진은 노화세포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내장지방의 노화세포를 제어할 방법을 찾고 있다. 노화세포와 면역세포 간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연구하고, 나노의학을 통해 실제로 노화세포를 사멸하는 방법까지 연구하고 있다.
케네디 교수는 KIST의 연구에 대해 “이렇게 실패할 위험이 큰 연구는 펀딩(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데 KIST가 좋은 연구 프로젝트를 마련했다”며 “다만 이 연구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만큼 조금 더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노화 전문가는 노화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케네디 교수에게 노화를 막기 위한 팁을 알려달라고 묻자 그는 창문 너머 KIST 본원의 잔디밭을 가리켰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양질의 수면이었다. 케네디 교수는 “120살까지 사는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일반인과 다른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인 요인이 발견되기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일반인은 유전적인 요인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노화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특별한 비결은 없을까. 케네디 교수는 단식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중을 조절하는 게 중요한데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식보다는 간헐적인 단식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며 “칼로리 제한과 단식 사이에 과학적인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칼로리 제한이 건강이나 면역체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됐던 젊은 피를 수혈받는 방식에 대해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바이오 기업이 혈액 속의 특정 팩터를 약으로 만드는 사업을 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과학적인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하는 게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양제는 어떨까. 케네디 교수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건강보조제를 만드는 회사에도 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영양제나 비타민을 먹는 건 노화를 막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밴드를 가리키며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네디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떤 영양제가 나에게 필요한 지 미리 체크하고 의사의 상담을 통해 필요한 영양제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다만 확실한 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있고 거기에 영양제를 추가해야지 영양제만 먹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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