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주 온실가스 규제 강화' 검토 없이 바로사 가스전 금융지원 연장한 수출입은행
호주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강화로 국내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현지 가스전 사업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를 검토하지 않고 금융 지원을 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은이 지원을 처음 결정했을 때 검토한 자료에는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 거란 전망이 담긴 것으로 나타나, 초장부터 사업성 검토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과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수은의 바로사 가스전 금융지원 관련 사업성 평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 5월 SK E&S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연장하면서 △호주 정부의 ‘세이프가드메커니즘’ 도입 △현지 원주민과의 소송 패소 등 최근 발생한 투자환경 변화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수은은 “현재 사업주 간 기초자료에 대해 협의 중으로 추후 사업성 재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SK E&S가 호주의 노던준주에서 진행하는 신규 가스전 개발 사업이다. 수은은 지난해 5월 이 사업에 3억3000만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했고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가스전 인근 티위섬 원주민들이 협의 부족을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SK E&S가 패소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게다가 올해부터 호주 정부가 자국의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 기업의 연간 배출량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메커니즘을 시행해 사업 수익이 낮아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4월 호주 노던준주 부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SK E&S와 논의한 내용을 담은 노던준주 내부 문건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다. 문서는 “SK E&S는 최근 호주 연방정부의 정책 개혁에 따른 불확실성이 일부 아시아 금융기관이 기존 자금 조달 제안에서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수은은 5월 금융 지원 연장을 결정하면서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것이다.
수은은 지난해 금융 지원을 처음 승인하면서 원활한 LNG 수급 필요를 지원 이유로 들었지만, 당시 검토한 자료는 되레 국내 LNG 수요 축소를 전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은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1년 세계에너지전망(WEO) 보고서에 따라 수요를 예측했다고 밝혔지만, 이 보고서는 정작 한국에 대해 2020년 이후 LNG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평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간된 WEO 2022보고서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지속될 경우 LNG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SK E&S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확보한 LNG로 국내에서 블루수소1를 생산해 이 중 일부를 석탄·가스 복합발전 혼소연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기존 화력발전보다 온실가스 발생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비용은 더 상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Lazard)가 올해 발간한 균등화발전원가(LCOE)2 추산에 따르면 기존 복합화력발전에 블루수소 20%를 혼소할 경우 발전단가가 8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 E&S 측은 "블루수소 연 20만 톤을 모두 혼소발전에 활용할 경우 기존보다 125만 톤 이상의 탄소감축이 예상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전원 확대를 위해 혼소 또는 수소발전은 선택 가능한 방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의 금융 지원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다음 달 말에 있을 연장 심사에서는 지원 유지 여부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 의원은 “이번 사업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는 미뤄지고 수소경제마저 화석연료에 전염될 것”이라며 “대주단 중 일부 민간투자자마저 철회 의사를 비친 상황에서 수은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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