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신' 이지나 연출 "영웅의 무게감, 걸음걸이조차 공들여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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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스타 연출가 이지나와 판소리와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리꾼 이자람은 서로의 팬을 자처하는 각별한 사이다.
'순신'은 영웅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판소리, 무용,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표현하는 총체극이다.
한산대첩을 비롯한 임진왜란의 전투와 이순신의 행적은 판소리로 표현하고,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꿈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는 무용과 뮤지컬로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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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창 맡은 이자람 "전쟁 연출은 자신 있어…만들면서 울컥"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지나 연출이 '자람아, 같이 예술 한 번 해보자'고 말씀하시며 저를 '순신'에 섭외하셨어요. 제가 구멍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죠." (이자람 작창)
"사실 제가 구멍이 되지 않으려고 자람 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겁니다." (이지나 연출)
공연계 스타 연출가 이지나와 판소리와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리꾼 이자람은 서로의 팬을 자처하는 각별한 사이다. 이자람의 뮤지컬 '사천가'를 본 이지나 연출이 2010년 뮤지컬 '서편제'에 이자람을 캐스팅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이 연출은 8년 전 이순신의 삶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기획할 때도 이자람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다음 달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가무극 '순신'을 함께 제작할 작창가로 이자람을 섭외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24일 서울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팬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 연출은 "이자람은 개인적인 팬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몇 사람 가운데 하나"라며 "연기와 무용이 자연스럽게 되는 배우라 작업하길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작창은 "이지나 선생님은 제가 더 많은 대중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신 귀인"이라며 "대중이 좋아하는 대목을 정확히 짚는 능력을 갖추셨다"고 화답했다.
'순신'은 영웅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판소리, 무용,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표현하는 총체극이다. 한산대첩을 비롯한 임진왜란의 전투와 이순신의 행적은 판소리로 표현하고,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꿈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는 무용과 뮤지컬로 담는다.
제작진은 이순신이라는 영웅의 무게감을 무용으로 표현하는 과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연출은 연습 과정에서 몇 번씩 안무를 고칠 뿐 아니라 직접 안무 시범을 보이는 열정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
그는 "관객들은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을 가지고 공연을 관람한다"며 "걸음걸이 하나도 쉽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뮤지컬, 무용, 판소리를 위한 안무가 다 달라서 톤을 맞추는 과정도 쉽지 않다. 배우들이 판소리나 무용과 달리 가벼운 분위기로 표현하는 뮤지컬 장면을 어색하게 느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판소리로 표현할 해전 장면은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데 초점을 뒀다. 이자람은 서술자인 '무인'으로 무대에 올라 작품을 이끌며 전장의 긴박한 상황을 표현한다. 뮤지컬 어법에서 구조를 가져와 정통 판소리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요소를 담았다고 한다.
이 작창은 "전쟁 장면은 표현하는 데 자신이 있었다"며 "대본을 판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저도 울컥하는 순간이 있었다. 제가 만들면서 반응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무대에서 관객에게 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가 결합한 형식의 공연이라 이 연출도 관객의 반응을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가에 속한 단체로서 가치 있는 작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흥행을 목표로 하는 상업 뮤지컬이었다면 판소리, 무용, 뮤지컬이 결합한 작품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거예요. 서울예술단의 작품이니까 시행착오를 겪을지라도 도전에 나서고 싶었어요."
이 연출은 초연을 앞둔 '순신'이 시장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초연부터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려는 욕심보다는 오랜 시간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서편제'로 인정받기까지 12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이 기존 뮤지컬에서 벗어난 한국적인 요소를 좋아한다는 점을 느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무엇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파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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