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관리 리스크' 터졌다…냉혹한 겨울 맞을까
5000억대 미수금→주가·실적 악재 전망
높은 리테일·주주환원 정책 등 강점에 호재는 남아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내 위탁매매 점유율과 해외주식 거래액 1위 증권사 키움증권이 냉혹한 겨울을 맞을 전망이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발생한 미수금 5000억 원은 4분기 손실로 반영되며, 주가는 20% 넘게 폭락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23일 증시에서 전날보다 23.93%(2만4000원) 급락한 7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8거래일 전인 10월 11일까지만 해도 11만 원을 바라보던 주가 그래프는 8거래일 연속 파란불을 켰고, 23일 매도세가 폭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할 위기에 놓였다. 24일 장에서도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시가총액 역시 고점 대비 2조 원 넘게 빠졌다.
키움증권 주가가 7만 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여만이다. 특히 키움증권은 올해 국내 증시가 2차전지 등 테마주 중심으로 활기를 찾을 때 주식 거래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지난 3년간 당기순이익의 30%를 주주에 환원하겠다고 공시하는 등 연이은 주주 친화적 행보로 최근 주가가 오름세를 타던 종목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키움증권의 최근 급락세는 지난 20일 장 마감 후 공시한 대규모 미수금 발생 건에 따른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4943억 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하면서,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해 고객 변제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미수금이 납부되지 않았을 시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키움증권을 바라보는 업계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올해만 800% 넘게 올랐다가 하한가를 맞은 영풍제지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거래정지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키움증권의 대안인 반대매매도 당국 조사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키움증권이 올해 상반기 수확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697억 원임을 감안하면 미수금 규모가 너무 기 때문에 이 기간 주가 방어는 물론, 손실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도 적지 않다.
증권가도 키움증권의 목표가를 일제히 내리는 모양새다. KB증권은 기존 13만 원에서 12만3000원으로, 삼성증권은 기존 12만5000원에서 10만 원까지 내렸다. 키움증권의 목표 주가를 14만 원으로 가장 높게 책정했던 하나증권도 12만5000원까지 눈높이를 낮췄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수금 발생에 따른 연간 이익추정치 감소로 목표가를 하향한다. 미수금 규모와 증거금률(40%) 고려해 단순 계산 시 투자금은 약 8238억 원으로 추정된다. 거래정지 해제 이후 작년 말 주가로 회귀한다면 회수 가능 금액은 약 1285억 원이며, 추가적인 변제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반대매매를 통한 최대 손실액은 3658억 원이다"면서도 "다만 해당 금액은 주가가 지난해 말 종가보다 추가로 하락할 경우 증가하며, 향후 고객의 변제가 이지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키움증권이 여러 사건에 연루되면서 고강도 제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금융 당국의 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 4월 시장에 충격을 안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틀 전 다우데이타 주식을 블록딜로 매도해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여전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반면 키움증권의 강점인 높은 리테일과 3분기 국내 증시 활기 등에 하반기 수익 증가가 예상되는 점은 어려운 와중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중이 타 증권사에 비해 낮다는 점도 키움증권의 강점으로 해석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수금 발생에 따라 4분기 비경상 비용이 발생해 실적이 부진하겠으나 이는 일회성 요인이다. 향후 증시 거래대금 회복 등에 힘입어 2024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공시를 통해 30% 이상의 주주환원을 약속한 점도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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