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의 수상한 테니스장 사용권 인수…금감원 "제재 예정"(종합)
동양생명 "헬스케어 서비스 목적…향후 조사에서 입장 소명"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저우궈단(Jou Gwo-Duan) 대표이사의 배임 의혹이 제기된 동양생명의 장충테니스장 사용권 고가 인수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적법성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저우 대표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 필요시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동양생명의 사업비 운용실태에 대한 검사결과를 이같이 공개했다.
앞서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의 사용권을 스포츠시설 운영업체인 필드홀딩스로부터 26억6000만원에 취득했다. 당시 낙찰가가 시세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이어서 '테니스 마니아'로 알려진 저우 대표 개인의 취미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금감원 검사 결과 동양생명은 필드홀딩스를 내세워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취득하고 사실상의 운영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공고상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없는 동양생명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은 직접 입찰 참여 및 운영이 불가능한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에 필드홀딩스를 참여시킨 뒤 대외적으로는 테니스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처리했다.
필드홀딩스가 지난해 10월 3년 분할납부로 낙찰 받은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의 낙찰가액(26억6000만원)을 전액 보전하는 광고계약이다. 필드홀딩스에 기본 광고비 명목으로 연간 9억원씩 3년간 총 27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인데 1년차분 9억원이 지난해 10~12월 지급됐다.
동양생명은 또 지난해 12월 장충테니스장의 시설보수 공사비용을 9억원의 추가 광고비 명목으로 지급하고 테니스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관리비까지 총 1억6000만원을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올해 5~8월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입찰공고상 낙찰자인 필드홀딩스는 제3자인 동양생명에게 운영권을 넘길 수 없는데도 동양생명이 내부적으로 장충테니스장의 시설 운영을 기획·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권자로서의 역할을 행사해 왔다고 지적했다.
동양생명이 사실상 인수한 운영권 낙찰가도 시세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장충테니스장의 직전 운영권 낙찰가는 3억7000만원이었으며 최저 입찰가는 6억4000만원인데도 동양생명이 필드홀딩스를 통해 제안한 입찰금액은 이보다 4.1~7.1배나 많았다.
이같은 과정에서 동양생명은 장충테니스장 입찰금액과 시설보수 비용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 없이 광고비 명목으로 전액 지급했으며 심지어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테니스장 인건비와 관리비까지 부담하는 등 사실상 장충테니스장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전반을 지급했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의 일반 임직원은 사전예약을 해야 장충테니스장을 이용할 수 있고 비용 정산도 철저히 하고 있는 반면 일부 임원은 별도의 이용 절차나 비용 지급 없이 장충테니스장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금감원은 저우 대표 등 일부 임원에 대한 사업비 집행시 동양생명의 내부통제 절차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금감원 검사 결과 동양생명은 임원 해외출장비 등의 경비를 집행할 때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나 비용집행 정산서 같은 증빙자료가 구비돼 있지 않음에도 검토 없이 관련 비용을 지급했다. 근거 없이 업무추진비를 인상해 지급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동양생명의 장충테니스장 사용권 인수 계약과 사업비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관련 검사·제재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이같은 과정에서 저우 대표 등 임직원이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를 확인해 필요시 수사기관 등에 통보할 계획이다.
한편 동양생명은 장충테니스장 사용권 인수 계약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동양생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지난 2022년 2월 저우궈단 대표의 취임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하는 등 실적 개선과 함께 기업 가치가 크게 향상됐다"며 "이는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금감원의 조사 대상인 테니스장 계약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특히 스포츠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 및 마케팅, 그리고 사회공헌 효과를 목표로 했고 이는 그간의 실적 성장을 통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동양생명은 "다만 금감원의 검사기간 중 해당 건에 대해 성실히 설명했음에도 이러한 검사결과가 발표되고 결과적으로 고객과 주주, 그리고 임직원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향후 진행되는 절차와 관련해 최선을 다해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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