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은 없다”… 서로 손 잡는 이재용·정의선·구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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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대표적인 '앙숙(怏宿)' 관계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관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재계 순위는 물론 완성차와 반도체, 차량용 전장부품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LG디스플레이의 W-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77인치, 83인치 TV에 적용하는 등 디스플레이 협력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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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대표적인 ‘앙숙(怏宿)’ 관계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관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재계 순위는 물론 완성차와 반도체, 차량용 전장부품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후대인 이재용·정의선 회장은 배터리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미래차 동맹’을 맺었다. 가전·휴대전화 등 전자 분야에서 전통의 라이벌이었던 삼성과 LG 역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 판매 전기차에 배터리 ‘P6′를 공급하기로 했다. P6는 한 번 충전하면 약 700㎞를 주행할 수 있는 고용량 제품이다
삼성SDI와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회동한 지 3년 만에 이뤄진 결실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과거 이병철·정주영, 이건희·정몽구 회장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삼성과 현대는 재계 순위 1~2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두 회사가 직접적인 앙숙 관계가 된 것은 이건희 회장 시절인 1995년, 삼성이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면서부터다. 삼성이 2016년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자 두 회사의 관계는 더 멀어졌다. 현대차는 2018년 대형세단 G90에 탑재되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급처를 하만에서 LG로 교체하며 견제에 나섰다.
삼성과 LG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가전, 휴대전화, 반도체 등 전통 전자 사업부터 배터리, 전장 분야 등 신기술 분야까지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가전박람회(IFA)가 열린 독일에서 LG전자 경영진이 자사의 신제품 세탁기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제품을 파손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과 LG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중화권 업체들의 물량 공세, 가격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LCD 사업에 철수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화권 업체들의 패널을 대체해서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물량은 연간 300만~400만대 수준이지만 내년 물량은 50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LG디스플레이의 W-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77인치, 83인치 TV에 적용하는 등 디스플레이 협력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순위 등 기업의 자존심과 명예를 중시하던 할아버지 세대와 달리 총수 3·4세들은 실용을 강조하는 분위기”라며 “또 과거엔 국내 시장만 놓고 경쟁했으나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해 국내 기업끼리 경쟁보다는 동맹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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