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곤의 재밌는 화약이야기]<6> 폭발성이 강한 화약 무기의 등장

강일 2023. 10. 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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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강일 기자] 전쟁은 무기의 발달을 이끈다. 화약이 발명된 이래로 전쟁의 양상을 바꾼 것은 화약의 주요 기능이 연소성에서 폭발성으로 넘어갔을 때다. 화약의 성능이 날로 높아지면서 화기가 전쟁 무기의 주력으로 등장했고, 화기가 없는 경우에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북송(960-1126년) 초에서 조선 중기까지 5백여 년간 화약의 제련과 화기제조 기술은 커다란 개선과 발전을 이뤘다. 크고 작은 전쟁이 거듭될수록 새로운 화약 무기가 속속 등장했고, 이를 이용한 화기들이 대량으로 사용됐다.

초보적인 폭발 무기는 10세기 말~11세기 초 송나라 풍계승, 당복, 석보 등이 제작한 화구(火球), 화질려(火蒺藜) 등으로 추정한다. 12세기 중엽에는 한층 위력적인 폭발성 화약 무기인 벽력포(霹靂炮), 진천뢰(震天雷) 등이 등장했다. 1040년 북송의 수도였던 개봉(開封)에는 ‘화약요자작 火藥窯子作’이라는 전문적인 화약 공장까지 있었다.

공식적으로 ‘화약’이라는 명칭과 제조법에 대한 첫 기록은 1044년 편찬된 송나라 군사병법 책인 '무경총요 武經總要'에 나온다. 그 무렵 최고의 군사 백과사전이었다. 화약의 배합을 비롯한 화전, 화구, 질려화구 및 독약연구의 구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독약연구(毒藥煙毬)는 유황, 비상 등 내용물의 성분을 이용하여 적을 살상하는 일종의 화학무기다.

늦어도 1044년 이전에는, 이미 화약에 대한 지식과 기능을 파악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북송(北宋) 시기의 화약은 초석의 함량이 매우 낮아서 주로 적진을 불태우거나 연막을 치는데 사용됐다. 그때만 해도 화약이 인마 살상보다는 전통적인 화공전술, 즉 불로 태우는 소이(燒夷) 병기 범주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232년 금나라와 몽골의 개봉 공성전. 신화비아와 소이탄 만인적(万人敵;네모난 상자), 화학무기 독약연구(毒藥煙毬)가 등장한다. [그림=유지곤 제공]

◇ 진천뢰 등 폭발성이 강한 화약 무기의 등장

남송 시대로 접어들면서 금나라의 부단한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화기를 꾸준하게 개량했다. 1161년 여진족인 금나라 군사들이 남하했을 때, 남송군은 종이 용기에 화약을 넣고 불을 붙여 투석기로 발사하는 ‘벽력포’를 이용해 금나라 군사를 격퇴했다. 벽력포의 탄환에는 화약과 석회가 들어 있어, 화약이 폭발하면 석회가루가 흩어지면서 상대의 눈을 못 쓰게 만들었다.

만인적(万人敵)은 초창기 소이탄이다. 만인적은 진흙으로 만든 구형의 용기를 잘 건조해 작은 구멍을 뚫고 속에 소이제인 초석, 유황 등으로 만든 화약을 채워 넣었다. 이 화약에는 독약을 섞기도 하며 용도에 따라 화약 성분의 조합을 바꾸기도 한다. 다음에는 점화시키기 위한 화약을 집어넣고 도화선을 연결한다. 만인적은 적이 성벽에 접근해올 때 점화해서 성벽 위에서 떨어뜨린다. 소이탄은 효과가 매우 커서 적병이 물에 적신 옷을 입고 있는 경우에도 태워서 죽일 수 있는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13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송·금 쌍방 모두 화기를 제작, 사용하기 시작했다. 천하무적을 자랑하던 몽골군이었지만, 당시 고도의 화약 기술을 갖고 있던 남송을 정복하기까지 45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232년 무렵 금나라는 처음에는 도자기로 된 용기를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쇠 용기에 화약을 채운 ‘진천뢰’를 만들어 몽골군을 무찔렀다. 진천뢰는 투석기인 포차에서 발사하는 일종의 작열탄(炸裂彈)이었다. 조선 임진왜란 때 화포 장인 이장손에 의해 개발된 ‘비격진천뢰’는 초기의 진천뢰를 더욱 진화한 신무기다. 오늘날 박격포 격인 ‘완구’로 발사해 사거리를 늘렸고, 폭발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개발한 시한폭탄이었다. 신화비아(神火飛鴉)는 걸프전 등에서 맹활약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같은 개념이다. 까마귀 형태로 대나무와 종이로 만든 로켓형 무기다. 새의 몸통 안에 화약을 장치했으며, 동체 밑 부분에는 화전(火箭)을 묶어서 그 추진력으로 적 진지로 날려보내서 화재를 발생시켰다.

화룡출수, 비화창, 다발 화전 [사진=유지곤 제공]

화룡출수(火龍出水)는 주로 해전에서 사용된 대함미사일 개념이다. 마치 화룡이 수면 위를 나는 것 같다고 붙인 이름이다. 주로 수군이 적선을 불태우는 데 사용한 다단식 로켓무기다. 수면에서 3~4척 떨어진 높이에서 최대 1km를 날았다. 1.5m 길이의 대나무로 만든 용 모양의 몸체에 네 개의 화약통을 매달아 발사한다. 어느 정도 비상(飛翔) 단계에서 본체 내부의 화전에 불이 번져 공중에서 불이 붙고 화전이 용의 입에서 발사된다. 이런 2단계 비상 방식에 의해 화전의 사정거리는 두 배까지 늘어난다. 화전의 추진 화약이 소이(燒夷) 효과를 가져와 적선을 불태울 수 있었다. 모체에서 자탄을 발사하는 능력은 현대 미사일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군사기술이다. 약 600년 전 그 개념을 이미 정립하고 구현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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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곤 대표. 22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유지곤폭죽연구소를 창업해 30대 시절 한국 대표 불꽃연출가로 활동했다. 독도 불꽃축제 추진 본부장을 맡아 활동 하면서 본인과 세 자녀의 본적을 독도로 옮긴 바 있으며, 한국인 최초로 미국 괌 불꽃축제, 하와이 불꽃축제 감독을 맡았다. 지금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로봇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지곤 대표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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