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악’ 지창욱 “액션 안하려 했는데‥선배들에 신선한 충격줬으면”[EN:인터뷰①]
[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지창욱이 'THE K2' 이후 오랜만에 액션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지창욱은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극본 장민석 / 연출 한동욱) 종영 인터뷰에서 작품 출연 이유와 오랜만에 액션 연기에 선보인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
지창욱은 "'THE K2' 이후 오랜만에 액션을 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는데 액션을 떠나서 누아르이고 시리즈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이나 캐릭터 빌드업,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감독님과 글에 대해 얘기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긴장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액션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다시 도전한 이유에 대해서는 "액션이라서 했던 작품은 아니었다. 누아르 장르를 처음해보기도 해서 호기심도 있었고 그것보다 인물간의 관계가 너무 재밌었다.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이 연출이면 즐겁게 작업할 수 있겠다는 신뢰가 컸던 것 같다"며 "'THE K2'는 훨씬 더 정제돼있고 극적인 액션이었다면 날것의 가공되지 않은 액션 느낌을 주려고 일련의 과정들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고 했다.
준모의 캐릭터 빌드업 과정도 설명했다. 지창욱은 "일단 극이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재밌어야 하는 게 첫 번째였다. 준모라는 경찰이 언더커버로 들어가면서부터 놓여진 선택, 행동들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지게끔 했다. 내적인 갈등이 극대화되게끔 보이고자 했다"며 "드라마 주인공으로서 가져야 하는 도덕적 신념을 최대한 배제했던 것 같다. 그 사람의 욕심이나 자격지심, 컴플렉스를 더 생각해야 이 사람을 더 명확하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밝혔다.
준모의 수사에 대한 집착이 열등감으로 비롯됐다고 생각했다는 지창욱은 "열등감은 제 안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승진에 대한 욕심 등 모두가 원초적인 본능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저 또한 열등감이 있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인데 저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감정들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했다. 보여지는 모습은 포장돼 있는 모습이고 컴플렉스, 열등감, 낮은 자존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낮은 자존감을 억지로 높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긍정적인 효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자신을 투영해 설명했다.
화려한 액션신을 탄생시킨 재건파와 대결신에 대해서는 "갈등이 절정에 이르렀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 인물이 바라보는 표정이나 감정들이 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구도를 잘 만들어줬고 액션, 촬영, 조명팀도 잘 만들어줬던 것 같다. 저도 분장이나 피 효과, 의상도 일부러 대비적으로 선택했던 것 같다. 그 장면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원래 싸우는 장소가 사무실이 아니라 산장 같은 곳이었는데 감독님이 꼭 사무실에서 가고 싶다고 하셨다. 의정(임세미)이 준모가 생활하는 곳을 봤을 때의 충격이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바꿨다. 그렇게 하니 연출 의도도 잘 보이고 인물의 대비적인 모습도 흥미롭게 나오는 장면이지 않을까 했다. 저 또한 화면에서 보지 못한 내 모습이었는데 그게 재밌었고 음악도 재밌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해당 장면이 기억에 남는 신인 이유로는 "하나 하나 다 같이 고민하고 계속 바뀌고 했던 장면들이라 다 기억에 남는데 그나마 임팩트가 짙었던 건 9부 액션할 때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한다. 액션도 힘들었고 외부적인 장치들이 진해서 그렇지 원테이크로 갔다. 그게 좀 아쉽긴 하더라. 원테이크로 가려고 고생을 많이 했는데 원테이크로 갔다는 게 확 느껴지진 않더라. 고생도 많이 했고 연습도 촬영 전에 합도 많이 맞췄고 15분씩 쉬고 그랬던 장면이라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경찰이 아닌 깡패처럼 변해가는 준모의 모습에 대해서는 "상황 자체가 재밌었다. 경찰로서 수사로 잠입한 건데 그 와중에 아내를 구하기 위해 깡패보다 악인처럼 변해버린 모습이었지 않나. 마지막에 도끼로 휘두를 때는 명분이 없는 감정이다. 화풀이를 하는 모습인데 사람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 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걸 보는 의정의 모습도 재미있었다"며 "저는 (준모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그렇게 보여졌을 때 관객에서는 훨씬 더 흥미롭게 보지 않았을까 했다. 천사장이 떨어졌을 때도 그렇고 사무실에서 칼로 찌를 때도 목적은 의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준모가 바뀌어가는 과정이 천사장이 죽고나서 확 바뀌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별히 아이디어를 낸 장면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정말 많았는데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는지 제 아이디어였는지 헷갈린다. 액션신에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칼을 문 건 제 아이디어였고 초반에 3대 1로 기철(위하준)과 싸우다가 팔 깨무는 장면은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만들었고 뼈대에 살을 많이 붙였는데 매 순간 이뤄져서 호흡이 중요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누아르 첫 도전 소감도 전했다. 지창욱은 "누아르라는 장르는 어렸을 때 되게 많이 봤던 선배님들의 모습과 다름 없는 것 같다. 선배님들의 누아르를 보고 자랐고 나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 나도 할 수 있을까 했다. 이번에 해봤는데 걱정을 많이 했다. 선배님들만큼의 깊이감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의심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만의 분위기가 있었고 같은 팀원들이 도와주고 있었고 중간부터는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만의 색깔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선배님들이 우리 작품을 보면 어떨까, 부러워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 우리가 못 내는 색깔을 내고 있네 하는 부러움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기존의 누아르가 무채색의 느낌이었다면 '최악의 악'은 더 원색적이었으면 했고 네온빛의 붉은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들이 잘 표현됐던 것 같다. 시청자 분들이 봤을 때 젊은 친구들의 누아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만약에 선배들이 이 작품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가 궁금했다. '얘네 뭐하고 있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면 안 되니까 '이건 뭐지?' 하는 신선한 충격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유오성 선배님과 작품(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을 하고 있는데 영화 '친구'를 몇 번을 봤다. 선배님들이 '최악의 악'을 보셨을 때 어떨까 했다. 유오성 선배님이 지나가면서 '처음 무언가 시도할 때, 사람들이 봤을 때 관객 입장에서는 어색해보일 수 있는데 하던대로 밀어붙여. 네가 하는 게 맞으니 밀어붙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악'에 대한 주변 반응으로는 "친구들은 다 너무 재밌게 봤다고 해주더라. 굳이 연락해서 별로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보기에도 고생했을 법 한가 보더라. 시간이 지나니까 재밌었던 기억만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더라. 너무 힘들었던 기억들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팀원들과 치열하게 했던 게 화면에 조금이나마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시즌2 제작 바람도 있다고. 지창욱은 "시즌2가 나온다는 건 제가 하고 싶어서 나오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여러 상황이 있어야 나오는 건데, 우리들끼리 농담식으로는 얘기한 적 있다. 제작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저 혼자 시즌2를 상상해본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지창욱의 다음 누아르, 다음 액션 작품도 볼 수 있을까. "액션을 너무 하기 싫다"고 운을 뗀 지창욱은 "너무 힘들고 하기 싫은데 성취감이 있어서 그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더라. 누아르라고 해서 하진 않겠지만 좋은 대본이 있다면 또 도전해보고 싶다. 많은 분들이 찾아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답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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