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살수 있겠나” 막말 이어 라벨갈이·젖소 논란 위기의 TV홈쇼핑

현대‘라벨갈이’·공영 ‘젖소고기 판매’
연이은 품질 불량에 홈쇼핑 신뢰도 도마
TV홈쇼핑 업계 매출 급감 겹쳐
업계 “송출 수수료·과도한 규제 해소해야”

이른바 ‘라벨갈이’ 흔적이 남아있는 제품(왼쪽), 제조 연월이 ‘2021년 4월’이라고 기재된 제품 <사진=연합뉴스>

엔데믹으로 인한 TV시청자 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TV홈쇼핑 시장이 연이은 논란으로 위기에 몰렸다. 쇼호스트의 막말 리스크에 이어 이른바 ‘라벨갈이’와 ‘젖소 논란’까지 이어지며 신뢰도 하락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방송과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블라우스 제품 3300여개 세트를 판매했다. 블라우스 3벌이 1개 세트로, 할인을 거쳐 4~5만원대에 판매돼 총 1억5000여만원어치의 주문이 이뤄졌다.

올해 7월 생산됐다고 표시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지난 2021년 생산된 제품이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의류 제조업체의 납기일 미준수와 제품 하자 발견 등으로 인해 의류업체 A사로의 납품이 취소됐던 전력이 있다. 이 제품이 다른 의류업체를 거쳐, 마치 올해 제작된 것처럼 제조 연월을 바꾸는 일명 ‘라벨갈이’를 통해 현대홈쇼핑에 납품된 것이다. 현대홈쇼핑은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6일 판매를 중단하고,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환불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에서 한우라고 판매했던 제품에 젖소 고기가 섞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2년 6개월 동안 25만개 넘게 팔린 공영홈쇼핑의 간판 상품인데, 추석 연휴 전 홈쇼핑 측이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젖소 고기가 섞인 것이다. 납품사에서 냉동 소고기를 녹여 분배하는 과정에 한우와 젖소고기가 섞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고기가 섞인 날 만든 제품 중 약 1만3000세트가 팔렸지만 홈쇼핑 측은 한 달 넘도록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늦장 대응이 일기도 했다. 공영홈쇼핑 측은 지난 8월28일부터 9월5일까지 판매한 제품에 대해 환불을 진행하고, 중대 하자에는 제조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에서 한우고기로 판매했던 제품에 젖소고기가 섞여 논란이 됐다. <사진=SBS 방송 캡쳐>

TV홈쇼핑 업계는 ‘쇼호스트 막말 논란’ 등에 이어 품질 하자 논란이 연이어 겹치며 신뢰도 하락 문제를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TV홈쇼핑은 엔데믹 이후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데, 논란이 생기면 멀쩡한 제품들도 외면받기 십상이라 난처하다”고 말했다.

한국TV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GS샵·CJ온스타일 등 TV홈쇼핑 7개사의 방송 매출액은 2조8998억원으로 3조원을 밑돌았다. 2012년 3조286억원으로 3조원을 넘고 2014년 3조4438억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10여년간 하락해 2조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전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내면서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업계는 매출 하락으로 인해 송출 수수료(홈쇼핑이 유료방송에 채널을 공급하면서 내는 비용) 갈등도 겪고 있다. 최근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와의 협상을 지난 20일에서 다음달 20일로 한 달 미뤘다. 양사는 송출 수수료 책정과 채널번호 배정 등의 문제를 두고 협상을 해왔다. 송출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는 현대홈쇼핑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KT스카이라이프 측의 대립이 길어지면서 방송 송출 중단 위기까지 겹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매년 송출 수수료를 결정할 때마다 신경전이 있었지만, 최근 업황이 나빠지면서 갈등이 극대화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TV홈쇼핑 업계는 TV 시청자층이 줄어들고 있는데, 중소기업 상품 방송 송출 50% 이상 의무화 등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항변도 하고 있다. 각 제조사 등이 모바일로 시청이 가능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뛰어들고 있는데 TV홈쇼핑 시장에만 과도한 규제가 걸려 수익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