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낙인 부지 인근에 ‘도심 최대 녹색공간’…광주수목원, 14년 만에 문 열어
“엄마, 이 꽃은 이름이 뭐예요?”
유모차를 끌거나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부터 노부부와 젊은 연인 등이 도심 속 넓게 펼쳐진 정원에서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남구 양과동 광주시립수목원(광주수목원)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빨갛게 물든 댑싸리와 국화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광주수목원 인근에는 광역위생매립장이 있다. 17만7000㎡(전체 매립 면적 34만7000㎡) 규모의 광주위생매립장은 2005년부터 각종 생활 쓰레기가 매립돼 있다.
광주시는 혐오시설로 인식돼있는 광역위생매립장 주변 환경을 자연 친화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광주수목원을 조성한 것이다. 이 곳은 전시온실과 잔디광장, 초화원 등을 갖춘 24만7000㎡ 규모 도시공원형 수목원이다.
광주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국공립수목원이 없던 곳이었다. 광주수목원은 매립장 건립에 따른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과의 약속으로 시작됐다. 남도 특색을 지닌 산림과 정원 등의 체험을 누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구도 있었다.
광주시는 2009년 현 양과동 부지를 광주수목원 조성 부지로 지정했지만 예산 등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2020년 5월에야 착공할 수 있었다.
14년 만에 문을 연 광주수목원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23일 광주수목원에 따르면 문을 연 지난 20일 300명 방문을 시작으로 첫 주말인 21일 5000여명, 22일 8000여명 등 사흘 동안 약 1만4000여명이 다녀갔다.
일각에선 악취를 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였다는 반응이 많다.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정희연씨(39)는 “혹시나 해서 마스크를 챙겨왔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 관련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는 ‘가볼 만 한 곳으로’ 광주수목원을 추천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주민들도 환영하고 있다. 40년 넘게 이 일대에서 거주 중이라는 김혜정씨(67)는 “양과동에 많은 차량이 드나들고 사람이 북적이는 모습을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광역위생매립장이 있는 지역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조금은 개선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광주수목원을 지역 대표 명소이자 휴식 공간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역의 수목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보존·관리해 ‘국가공인수목원 인증’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수목유전자원을 1000종 이상 확보해야 국가공인수목원으로 인증되는데, 광주수목원은 현재 500여종을 보유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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