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공화국’ 엔터사업 빨간불…SM도 발목 잡힐까 [위기의 카카오]
글로벌 사업 제동 가능성…수사 결과 따라 공정위 심사 ‘악영향’ 관측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카카오가 창사 이후 가장 큰 위기를 직면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주식 시세조종 의혹이 떠오르면서, 금융당국의 칼날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등 경영진을 넘어 카카오 법인까지 향하고 있다.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는 카카오가 과거부터 밑그림을 그려온 '엔터테인먼트 포털'이라는 큰 그림이 실현되는 것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위는 카카오와 에스엠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기업결합 건은 시장 독과점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만큼 주가 조작 사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수사를 통해 위법 요소가 발견되면 공정위 심사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에스엠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엔터사업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
북미 통합 법인으로 '글로벌 엔터 파트너십' 구체화
에스엠은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 3월 에스엠 지분을 취득한 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파트너십'을 구체화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협력을 시작했다.
통합의 효과는 지난 8월 양사가 북미 현지 통합 법인을 출범하면서 바로 나타났다. 에스엠은 글로벌 IP와 제작 역량을 지니고 있고, 카카오엔터는 음원 및 음반 유통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는 데다 멀티 레이블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양사의 강점인 핵심 역량을 결합해 최대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통합 법인을 출범시킨 목적이었다.
통합 법인은 카카오엔터와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진출과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팝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통합 법인을 통해 K팝의 입지를 넓혀 나가면서, 이를 토대로 카카오 엔터사업의 성장 저력을 증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지난 9월 에스엠이 7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 라이즈가 데뷔와 동시에 미국 진출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일환이다. 데뷔 전 세계적 레코드사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산하의 RCA레코드와 레이블 계약을 체결하고, 첫 싱글 '겟 어 기타(Get a Guitar)'의 미국 현지 발매를 결정한 바 있다.
그동안 현지 레이블과의 계약을 통한 북미 진출은 K팝 아티스트들의 익숙한 해외 진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데뷔 전의 K팝 그룹이 미국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맺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점 오피스를 둔 통합 법인은 아티스트들의 북미 진출을 돕는 역할을 시작으로 글로벌 음반사와 유통 플랫폼 등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스엠과 카카오엔터 산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의 대표 걸그룹인 에스파와 아이브 역시 이를 기점으로 활발한 글로벌 활동에 돌입했다. 에스파는 북미 법인 출범 발표 이후 LA를 시작으로 미주 투어의 막을 열고 미국 도시들을 순회했고, 아이브는 미국을 포함한 첫 월드투어에 나섰다. 글로벌 음원 유통과 현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에스파는 워너 레코드와, 아이브는 소니뮤직 산하 콜럼비아 레코드와 각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통합 법인은 기존의 카카오엔터 아메리카, 에스엠 USA의 역할을 통합하는 것으로, 올해 안에 세부적인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에서 음악과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발굴 등을 추진하는 것도 통합 법인의 목표 중 하나였다.
IPO에도 제동…해외 매출 비중 30% 달성도 먹구름
에스엠을 품은 카카오의 올해 2분기 기준 콘텐츠 뮤직 부문 매출은 480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0% 성장했다. 특히 에스엠을 통해 국대 최대 규모의 K팝 아티스트 수를 확보하면서 강력한 음원 IP와 아티스트가 부족하다는 약점도 극복했다.
아티스트의 수가 늘어난 만큼 주요 수익원인 공연의 횟수도 늘어났다. 에스엠의 NCT드림, 보아, 레드벨벳 등을 비롯해 카카오엔터 산하 스타쉽엔터의 아이브, 몬스타엑스, 이담엔터테인먼트의 아이유와 우즈, IST엔터테인먼트의 더보이즈 등 양사에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포진돼있어 연간 공연 횟수는 270건을 넘길 예정이다.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 체제도 자리를 잡았다. 에스엠의 엔터사업 노하우가 카카오에 이식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엔터사업 매출액이 다음 해 전사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그동안 카카오엔터가 웹툰이나 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등을 공고히 구축해온 것을 기반으로, K팝 아티스트 IP나 세계관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청사진으로 제시됐다. 카카오의 IT기술을 중심으로 SM의 IP를 결합한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이를 전 세계 플랫폼에 유통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에스엠이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버블' 역시 글로벌 팬덤을 유입시켜 카카오의 글로벌 성장을 도울 아군으로 여겨졌다.
카카오에 있어 엔터사업은 수익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수단이자, 기업 가치를 해외에 가장 효율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사업 분야로 꼽혀왔다. 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IPO) 역시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엔터 시장에 진출해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카카오가 '내수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꺼내든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에스엠 인수가 불발되더라도 파트너십에 따라 해외 엔터 시장 공략은 가능하지만, 카카오의 목표인 '글로벌 기업 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의 결과물을 계획대로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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